유엔 "부적응 탓 유럽사회 장기문제 될 수도" 지적

사지를 떠나 구사일생 유럽에 안착한 난민들의 정신건강이 위태로워 유럽의 장기적 문제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심리치료사 협회는 독일에 도착한 난민의 40∼5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린다는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PTSD는 전쟁이나 잔혹행위, 죽음과 같은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에게서 공포와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증세를 뜻한다.

조사 대상의 무려 절반가량은 우울증을 겪고 있기도 했다.

심리학자들은 난민들이 생생한 악몽이나 회상을 통해 험로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되풀이하는 정신적 외상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신경 불안, 집중 장애, 수면 장애, 무력감, 간질, 정신 분열 등도 난민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헬리콥터나 비행기가 난민 캠프 위를 날아다니면 불안 증세를 겪는 어린이들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고 그리스 이도메니 난민 캠프에서 일한 해리엇 지크 간호사가 전했다.

난민 하산(34)은 네 자녀와 함께 유럽 입성을 위해 시리아를 탈출했다.

그런데 난민 밀입국업자가 강제로 태운 보트를 타고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던 길에 난민선이 침몰해 아이 둘을 잃었다.

하산은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려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정신건강 치료기관 '바벨'에 맡겨졌다.

정신 상태가 위태로운 난민은 대부분 치료 등 필요한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특히 밀려오는 난민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열악한 난민 캠프에서 비인간적인 생활을 하면서 난민들의 정신적인 고통은 더 심해진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유럽 국가에 정착한 난민도 비용, 편견, 언어 등의 문제로 해당 국가에서 제대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난민들이 정신건강 악화로 유럽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이는 시리아 등지에서 난민을 받아들이는 유럽 국가에 장기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정신의학 협회는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보낸 서한에서 "난민이 만성적인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방지하려면 모든 난민에게 즉각 또 장기적으로 정신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