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WP 등과 인터뷰…"편견·분열적 인사, 오도된 경제관" 비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경선 승리 선언 이후 본선 경쟁자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클린턴은 8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선동가(demagogue)들이 쓰는 전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선동 정치를 일반 대중의 지지를 노리기 위한 정치적 '게임즈맨십'(gamesmanship·게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려는 시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유가 어찌 됐든 (선동은) 잘못됐으며 누구도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의 선동 정치 비난은 트럼프가 경선 과정에서 특정 계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막말과 편 가르기를 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인종주의자'라고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최근 트럼프의 '멕시코계 연방판사 비난' 언급을 겨냥한 작심 발언도 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모든 미국인에게 매우 불쾌하고 분열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트럼프는 '트럼프대학 사기' 의혹 사건을 맡은 곤살레스 쿠리엘(62) 샌디에이고 연방지법 판사가 멕시코계이기 때문에 자신을 증오하고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한다고 주장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트럼프가 '버서'(birther·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자)라는 점을 알고 심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클린턴은 덧붙였다.

클린턴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트럼프의 인종 차별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진심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경선 시작 이후 주장한 것들을 보면 사람들을 향한 분열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힌 공격들을 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멕시코계 판사 비난 발언 이후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와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트럼프의 공격들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며 우리 정치에는 발붙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클린턴의 공격은 트럼프가 허술한 경제 공약을 들고 나왔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클린턴은 세금 대폭 감면, 중국 등에 폭탄 관세, 일부 국채 미상환 등을 주장한 트럼프의 경제 공약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세계 경제위기 상황을 어떻게 이끌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와 관련한 트럼프의 발언들이 위험할 정도로 앞뒤가 안 맞고 심각하게 오도됐다"고 비판했다.

최근 외교·안보 연설을 한 클린턴은 이달 중으로 경제 분야 구상을 밝히는 연설을 통해 트럼프의 경제관을 비판하고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클린턴은 민주당 경선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경선 하차를 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듯 당내 통합 얘기를 세 매체와의 인터뷰 모두에서 꺼냈다.

클린턴은 "지금까지 선거 운동은 좋았다"며 "이제는 우리가 앞으로 더 나아가고 당을 통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샌더스와 샌더스 지지자들이 지금이 얼마나 위중한 시기이며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 뭉쳐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며 "샌더스를 설득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