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력단절 막는 동시에 저출산·간병이직 해결에 도움 기대
일본 정부 '1억 총활약 사회' 구상과도 연결


일본의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 도요타가 일주일에 단 2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도입키로 한 것은 보육과 노인 간병, '여성 활약', 저출산 등 일본 사회 핵심 현안의 해법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우선 도요타식 재택근무는 보육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직장에 다니는 30대 일본 주부가 지난 2월 아이를 공립 보육원에 맡기려 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인터넷에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는 과격한 글을 올리고, 그에 대한 '공감 여론'이 확산함에 따라 일본 사회에서는 보육시설 부족 문제가 중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1억 총활약 사회' 구상과 함께 50만명 분의 보육 인프라 확충을 공언했지만 일본 사회의 반응은 냉정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보육사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설만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고, 부모가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도요타가 내 놓은 재택근무는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 공직사회에서는 남성 육아를 장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일본 인사원은 한달 이내 육아휴직 사용시 국가공무원 보너스 중 근무 성적에 따라 지급하는 '근면수당'을 감액하지 않고 전액 지급할 방침을 올해 세웠다.

2014년도 시점에서 3.1%에 그친 남성 공무원의 육아휴직 취득률 2020년까지 13%로 높인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도요타식 재택근무는 민간 분야의 남성 육아 촉진에 의미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남성의 육아참여 확대는 결국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로 연결되기에 도요타의 재택 근무는 여성 활약 촉진 측면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현재 일본 기업의 여성 관리직 비중은 11% 수준으로 유럽이나 미국의 20∼30%대보다 현저히 낮다.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은 늘었지만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 등으로 인해 고위직까지 올라가는 여성은 소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에 아베 정권은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를 슬로건으로 내 걸었고, 여성인력의 발탁을 촉구하는 '여성활약추진법'을 만들었다.

종업원 301명 이상의 기업 등을 대상으로 여성관리직 비율 목표와 그를 위한 행동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수치를 공표하도록 하는 법이다.

이 법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여성이 일하기 쉬운 직장을 만들기 위한 제도를 속속 도입해왔기에 도요타의 이번 조치가 모범 사례로 정착할지 관심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부모를 간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이른바 '개호(介護, 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 이직'을 줄이는데도 도요타식 재택근무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최대 노조단체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連合>)가 지난 4월 40세 이상 노동자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5년 이내에 부모 등을 개호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27.9%가 "일을 그만두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노인요양시설 운영업체인 '오릭스 리빙'이 작년 9월 인터넷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일과 가족 개호가 양립할 수 있다고 답한 이들은 10%에 불과했고 58%가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이처럼 개호 이직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 재택근무는 직장생활과 개호의 양립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작년까지 4년 연속 세계 판매대수 1위를 기록한 도요타는 일본 재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일본 사회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도 주목된다.

중대 과제인 보육 지원·여성활약 촉진·저출산 해결 등에 '순풍'이 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