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이 본격적인 대선 본선 레이스를 앞두고 9일(현지시간) 공화당의 안보 의제를 발표한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내놓은 '미국 우선주의' 외교·안보 공약이 지나친 논란을 불러오는 점을 의식해 이를 어느 정도 중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이 미리 입수한 20여 쪽 분량의 제안서에는 실제로 트럼프가 그간 내세운 안보 정책과는 온도 차가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다.

트럼프가 한국, 일본 등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듭 내세우며 자체 핵무장 허용까지 언급한 것과 달리 라이언은 동맹국과 "힘을 합치기 위해 미국의 안보협정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고 WP는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해서도 트럼프에 비해 훨씬 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라이언은 나토의 현대화를 촉구하며, 다른 나라들이 국방비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나토 탈퇴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는 나토가 더는 '쓸모 없다(obsolete)'며 계속 회원으로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불법 입국이나 불법 무기 밀수를 막기 위해서 "단순히 울타리를 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약과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라이언은 또 이번 안보 의제에서 버락 오바마 정권 이후 미국 안보가 후퇴했다며 오바마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데에도 집중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그는 시리아 내전과 이란 핵 협상, 러시아와의 관계나 북한 문제 대처에서 민주당이 "약속 위반과 양보, 후퇴의 8년"을 보냈다고 비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안보의제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측도 함께 점검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