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원자력기구 국장 등 인터뷰

"사용후핵연료 처리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수준이 아닌 사회적 신뢰입니다."

8일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마이클 시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방사선방호국장의 말이다.

시먼 국장은 이날 심포지엄 참석에 앞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와 관련해 신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NEA에서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을 책임진 시먼 국장은 "현재 세계 각국이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관련해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연구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관리를 실제로 수행하는 기관이나 정부에 대한 사회적 신뢰"라고 밝혔다.

그는 "대중에게는 여러 전문가가 제시하는 정보의 정밀도를 정확하게 평가할 능력이 없다"며 "대중은 지식을 토대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신뢰감을 주는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더 기울이곤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지난달 25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고준위 방폐물관리 기본계획을 소개했다.

이 계획은 향후 12년에 걸쳐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를 확보한다는 내용 등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중장기 안전관리 로드맵을 담고 있다.

시먼 국장은 "한국의 로드맵은 다른 나라의 좋은 예를 토대로 투명하게 구성했다고 평가한다"며 "공론화 과정이나 단계적 의사결정에 대한 부분도 잘 마련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융통성을 갖고 여러 대안에 대해 문을 열어 놓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라며 "이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페 세리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연료주기·폐기물 국장은 "한국의 로드맵은 관련 기관의 임무와 책임이 명확하게 기술돼 있다"며 "부지선정까지 12년을 설정한 점도 적절하다"고 밝혔다.

세리 국장은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잘하고 있는 나라를 꼽아달라는 말에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 등이 부지 선정, 인허가 등 긴 과정을 거쳐 정책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며 "한국은 중저준위 방폐물을 성공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만큼 다른 선행 국가의 예를 잘 참고해서 고준위 방폐물 처리 분야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3번째로 열린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에 대한 기술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는 행사다.

올해는 국내외 방사성폐기물 관련 전문가 30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정부는 지질조사와 주민의사 확인절차 등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절차에 관한 법률'(가칭)을 올 하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