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호주-필리핀-베트남-미얀마-인도와 '안보협력 벨트' 완성
서남아 맹주인 인도 '中대항마'로 주목…美와 방산협력 강화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얼굴을 맞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정상회담은 아·태지역 안보질서의 '새틀 짜기'를 사실상 마무리 짓는 외교 이벤트다.

갈수록 위협적인 기세로 영향력을 불려가는 중국의 패권확장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대(對) 중국 포위구도에 화룡점정을 찍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본과 호주,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에 이어 인도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에워싸는 미국 주도의 거대한 안보협력 벨트가 구축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과 한껏 대립각을 세우던 미국이 '안방'에서는 인도를 적극적으로 껴안으며 대중국 견제의 틀을 완성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서남아의 맹주인 인도가 미국 주도의 안보협력 질서에 능동적으로 '편입'한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체계를 보유한 세계 4위의 군사강국이자 향후 10∼15년 이내에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는 중국에 맞설 수 있는 '잠재적 대항마'로 평가되고 있다.

◇ 日-호주-필리핀-베트남-인도…대중 포위망 구축 =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내내 표방해온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핵심은 아·태지역에서 갈수록 약화되는 듯한 미국의 헤게모니 질서를 복원하는데 있다.

기존 힘의 질서에 벗어나 세력을 키워가는 중국을 안보와 경제면에서 제어하는게 이 전략의 본질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임기 후반 업적관리에 매달려온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대중국 견제 드라이브에 가속페달을 밟아왔다.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미국·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담과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같은 '다자외교 무대'는 물론 역내 동맹·우방국들을 끌어들여 거대한 대중국 포위벨트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필두에는 미·일동맹이 있다.

지난해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미국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일본 자위대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는 쪽으로 힘을 실어줬고,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때 이를 다시 확약했다.

'대양의 우방'인 호주는 바로 미·일·호주 3자의 안보협력 구도 속에서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내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한국과 일본을 향해 관계 개선을 압박하며 한·미·일 3자 안보협력구도를 구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 일부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이 '규칙과 질서의 준수'를 앞세워 대중국 견제구도를 구축하는데 매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중국과 가장 갈등의 폭이 크면서 미국과는 조약동맹인 필리핀은 1992년 철수시켰던 미군을 다시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말았다.

미국과 필리핀이 지난 3월 워싱턴 고위급 회담에서 미군이 필리핀 철수 24년 만에 다시 수비크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를 다시 사용하는데 합의한 것이다.

미국이 동남아의 맹주인 베트남을 껴안은 것도 바로 남중국해 문제가 결정적 계기였다.

중국과 군사적 긴장관계에 놓인 베트남으로서는 고육지책으로 미국에 손을 내밀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하순 재임 중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냉전적 적대관계의 상징이었던 무기금수 조치를 전면해제하는 '선물'을 내줬다.

베트남이 미국으로부터 첨단 전략자산을 구입해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을 제공한 것이다.

미얀마도 미국이 중국을 염두에 두며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국가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하순 미얀마를 찾아 아웅산 수지 여사와 회담을 갖고 새로운 민주화 정권을 지지했다.

◇ 오바마-모디 '국방협력 강화' 합의…대중국 견제 '의기투합' = 미국과 인도의 이번 정상회담은 바로 일본으로부터 시작된 대중국 포위 구도를 큰 틀에서 완성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독자노선을 고수해온 인도가 미국과 안보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패권확장에 대한 위기감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속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군비를 늘려온 인도이지만 중국의 부상에 독자적으로 대응하는데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이는 인도만이 느끼는 위기감은 아니다.

아·태지역 전반에 걸쳐 '상주세력'(resident power)으로서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말해 양국의 '밀착'은 서태평양과 남중국해에 이어 인도양을 향해 손을 뻗치려는 중국의 군사굴기에 대한 공통의 안보적 우려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양국의 이같은 안보협력을 "전략적 악수"(strategic handshake)라고 표현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인도가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동방정책'(Act East Policy)이 결국 공통의 전략적 이익과 결부돼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특히 모디 총리 취임 2년여 만에 일곱번째 이뤄진 이번 정상회담은 기대 이상의 속도감을 보이는 양국 밀착의 흐름과 폭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인도에 '주요 국방 파트너'(major defence partner)의 지위를 부여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국방 파트너 지위가 부여되면 미국의 동맹이나 가장 가까운 우방처럼 핵심 방산기술에 대한 공유와 접근이 이뤄질 수 있음을 뜻한다.

양국은 또 지난 4월 원칙적으로 합의한 '군수지원협정'도 곧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이달 중 남중국해를 합동순찰하는 계획까지 세웠다.

카터 장관은 이날 모디 총리와 별도로 회동을 갖기도 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군수와 해양정보 공유, 심지어 미국 항공모함의 이동과 관련한 중요한 국방협약을 마무리하는데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 아·태 지역과 인도양의 전략적 이익에 새로운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양국은 협력과 공조를 심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도가 대중국 견제구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흐름이지만, 그렇다고 양국의 관계가 '동맹' 차원으로 격상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과거 독자노선을 걸어오고 비동맹 운동을 주도한 자부심을 가진 인도는 미국과 안보협력을 강화하되, 가능한한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사안별로 협력하려는 태도를 취할 공산이 크다.

특히 인도는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협력을 통한 '실리 챙기기'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를 확약하고 24개에 달하는 계약과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주요 2개국(G2)인 미·중간 힘겨루기 공간 속에서 나름대로 '줄타기'를 해가며 국익을 최대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미국 주도의 대중국 포위구도를 견제하는 최대 지렛대다.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미국·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담에서는 '항행의 자유 원칙'을 담은 선언문이 채택됐지만, 선언문에서 중국을 지목하지도 못했고 남중국해라는 단어도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과 경제적 거래가 많은 일부 동남아 국가들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