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깬 힐러리…여성 첫 대권 도전은 1872년 우드헐

"높고 공고한 유리천장을 깨부수는 데는 실패했지만, 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올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008년 6월 7일 경선 패배를 인정하고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다는 연설을 하면서 여성 후보로서의 한계를 얘기했다.

그로부터 8년의 세월이 흐르고 7일(현지시간) 예정된 캘리포니아 등 6개 주의 경선을 앞둔 시점에서 클린턴은 2008년 연설의 유리천장 얘기를 다시 끄집어냈다.

클린턴은 지난주 캘리포니아 주 컬버시에서 열린 연설에서 "다음 주 화요일(7일)을 시작으로 우리는 높고 공고한 유리 천장을 부수는 길에 가까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이 이날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낙점되면서 높고 굳건한 미국 '대통령'이라는 유리천장을 부수는데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클린턴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주요 정당의 여성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미국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꿈이 현실로 바뀌는지는 올해 11월 대선 본선에서 판가름난다.

미국에서 228년간 44대에 걸쳐 대통령이 나왔지만 모두 남성이었다.

부통령도 여성은 없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여성이 대선관련 후보로 지명된 것도 제럴린 페라로(1984년·민주)와 세라 페일린(2008년·공화)이 부통령 후보로 나선 것이 전부다.

대선에서 여성 후보가 드물었지만 여성이 대권 후보로 처음으로 나선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빅토리아 우드헐은 1872년 '평등권당'(Equal Rights Party) 후보로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34세의 나이였던 우드헐은 여성을 차별하는 당시 사회에 맞서 남녀평등을 위해 출마했다.

선거 결과는 한 명의 선거인도 확보하지 못한 참패였다.

미국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시점이 이로부터 48년 뒤인 1920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우드헐 이후에도 여성의 대권 도전은 이어졌다.

민주·공화의 양당에선 1964년 마거릿 체이스 스미스(공화), 1972년 셜리 치숄름(민주), 1996년 엘비나 로이드-더피(민주), 2004년 캐럴 모즐리브론(민주) 등이 첫 여성대통령 자리를 노렸지만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역시 공화당에서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회장이 여성 후보로 나섰다가 경선에서 하차했다.

군소 정당에선 대선 경쟁까지 간 여성 후보들이 더러 있긴 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가깝게는 2012년 대선에서 질 스타인이 녹색당의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지켜만 봐야 했다.

린다 제네스(사회주의노동자당·1972년), 마거릿 라이트(민중당·1976년), 소니아 존슨(시민당·1984년), 신시아 맥키니(녹색당·2008년) 등 36명(두 번 이상 출마자 중복 집계)이 군소 정당의 여성 대선후보가 됐지만 남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