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모든 문제에 대해 갈등 구도를 보이는 것만은 아니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비교적 일치하는 대목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양자 간 투자협정(BIT)이다.

BIT는 두 나라의 기업이 양국 정부의 보호 아래 외국인에 대한 차별 없이 상대국에 투자할 수 있게 하자는 약속이다. 미국과 중국은 2008년 BIT 협상을 시작한 이래 24번에 걸쳐 협상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체결을 하려면 양국이 서로 진출하지 못하게 막아놓는 진입장벽 분야를 정리한 ‘네거티브 리스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차가 컸다. 중국은 미국 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통신이나 에너지 분야에서 투자받고 싶어 하지만 미국은 이 분야의 합작을 꺼리는 식이었다.

그러나 미·중 BIT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경제 포털인 써우후재경에 따르면 미·중전략경제대화의 중국 측 대표인 왕양 부총리는 6일 베이징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내주 중 세 번째 네거티브 리스트를 미국에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양국은 두 차례에 걸쳐 네거티브 리스트를 교환한 뒤 중국이 지난 3월 협상에서 3차 리스트를 내놓지 않아 진척이 없었다. 중국이 3차 리스트를 제출한다는 것은 양국 간 협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뜻이다.

양국의 BIT 대표는 내주 미국 워싱턴에서 협상할 예정이다. 물론 중국 측의 협상안이 미국에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미국 정부도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성과를 내야 하고, 중국 역시 철강이나 외환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보할 여지가 있는 분야여서 일정한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천더밍(陳德銘) 전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 3월 보아오 포럼에서 “미·중 BIT 문안의 핵심 내용이 이미 마무리됐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퇴임 이전에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