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남중국해, 북한 핵, 철강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열렸다는 점에서 세계 주요국의 이목이 집중됐다. 중국 주요 언론은 그러나 이날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 소식을 전하면서도 미·중 간의 갈등은 가급적 언급하지 않았다.

대외 문제에 강경한 논조로 유명한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최 소식을 담은 기사에서 “미·중 양측이 이번 대화를 통해 서로 간의 의견 불일치를 관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해 양측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이자 중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해에 개최됐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썼다. 신화통신은 올해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중요한 이유로 △양국 간의 전략적 소통과 상호 협력을 촉진할 수 있고 △세계 양대 경제국이 G20 회의를 앞두고 경제정책을 조율할 수 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역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신화통신은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2009년 처음 열린 이후 양국 간의 신뢰를 증진하고 오해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봉황망은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양국 간의 협력과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최고의 플랫폼”이라며 “이번 대화에서는 미·중 투자보장협정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들이 이처럼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있는 것은 미·중 양국이 갈등을 빚는 이슈 자체가 중국으로서는 쟁점화를 원하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이 ‘항해의 자유’를 내세워 지속적으로 쟁점화하고 있지만 중국은 조용히 실효 지배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며 “철강 공급 과잉 문제 역시 중국 입장에서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의제로 다뤄진 것 자체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은 미국에 서로의 핵심 이익은 상호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신형 대국관계’ 구축을 요구해 왔다”며 “미·중 간에 첨예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형 대국관계 구축의 실패를 의미할 수 있어 중국으로서는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