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5일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씨름·말타기·활쏘기를 겨루는 몽골 전통축제 ‘나담’에 참가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울란바토르AFP연합뉴스
몽골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5일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씨름·말타기·활쏘기를 겨루는 몽골 전통축제 ‘나담’에 참가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울란바토르AFP연합뉴스
철강, 반도체, 북한 핵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해온 미국과 중국이 이번엔 남중국해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지난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다.

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겨냥해 “중국이 ‘고립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고 포문을 열자 중국은 “미국은 자신이나 잘 관리하라”고 반격했다. 6, 7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는 ‘귀머거리들의 대화’로 흘러 주요 2개국(G2)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중국, 북핵·통상 '베이징 담판'…"서로 귀 막은 대화 될 수도"
갈등 끊이지 않는 G2

5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중국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지역의 실효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이 일방적으로 활주로 건설 등을 강행하는 행태를 “고립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카터 장관은 중국이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를 매립하는 공사를 강행할 경우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은 앞으로 수십년간 이 지역(남중국해)의 핵심적인 안보 제공자이자 안보 네트워크의 기여자가 될 것”이라고 말해 남중국해 문제는 절대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관유페이(關友飛) 중국 국방부 외사판공실 주임은 카터 장관의 발언을 맞받아쳤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에 따르면 관 주임은 “미국은 남중국해 지역에 군함과 전투기를 접근시키면서 ‘항행(航行)의 자유’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횡행(橫行·제멋대로 행동)의 자유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제하고 자기 자신을 잘 단속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회의 마지막날인 5일에는 쑨젠궈(孫建國) 중국 인민해방군 부참모장이 주제 연설에서 “(남중국해와) 직접 연관이 없는 ‘외부 국가’는 딴짓을 하지 말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재차 미국을 맹비난했다. “남중국해 문제는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는 일부 국가의 도발 때문에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퍼부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마찰이 생기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베이징서도 충돌 이어질듯

양국이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을 이틀 앞둔 시점에 또다시 충돌했기 때문에 이번 대화에서 각종 현안과 관련해 의미 있는 타협안을 도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간 합의로 시작됐다. 외교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 새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형식적인 회의가 돼버렸다”는 평가들을 내놓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전략경제대화가 ‘G2 귀머거리들 간 대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남중국해, 북한 핵 문제 등에서 어느 한쪽도 양보하려 들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대화에서는 ‘패권경쟁’이 ‘협력’을 압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美·中 전략경제대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 간 합의로 2009년 이후 매년 한 차례씩 양국을 오가며 열린다. 양국의 외교·안보·경제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최고위 각료들이 참석해 양국 현안을 포함한 주요 국제 문제들을 조율한다. 이 대화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주요 2개국(G2)’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