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미국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3일(현지시간) 별세하면서 그가 무려 32년 동안 싸운 파킨슨병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알리는 직업 복서의 생활을 그만둔 뒤인 1984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운동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무척이나 활달하고 말도 많던 알리는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변해갔다.

점점 느려지고 말도 줄었으며 나중에는 표정마저도 사라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4일 미국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운동을 관할하는 뇌 부위에 신호를 보내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뇌 부위가 점차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퇴행하는 질환으로 설명된다.

경련으로 발병이 시작되는 때가 많은데 점차 행동이 느려지고 팔다리가 뻣뻣해져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균형감각에도 문제가 온다.

말까지도 어눌해진다.

파킨슨병 재단은 이 질환을 앓는 이들이 미국에 100만 명, 전 세계에 700만∼1천만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통 60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리처럼 40대에 시련을 만나는 때도 있다.

알리가 선수 시절 머리를 자주 맞아 뇌에 충격이 누적된 까닭에 파킨슨병에 걸렸다고 의심하는 이들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파킨슨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다른 많은 질병과 마찬가지로 파킨슨병도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파킨슨병과 관련한 특정한 유전자를 지닌 이가 특정한 환경 요인에 노출될 때 발병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파킨슨병 재단은 복싱처럼 머리가 지속적으로 충격을 받아 다치는 것도 잠재적으로 환경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살충제와 같은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도 파킨슨병의 한 환경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의학대학원의 올레 아이작슨 교수는 파킨슨병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이 보다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알리를 몇차례 만났던 그는 파킨슨 발병에 언급, " 유전적 요인 위에 불운이 더해지는 셈"이라면서 "머리 충격으로 의식을 잃어본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이 50% 높다"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대의 마이클 오쿤 교수도 "온전히 유전적인 원인으로 파킨슨병의 걸리는 사례는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사실상 불치병으로 분류된다.

투약으로 한동안 증세를 완화할 수는 있으나 이 퇴행성 질환이 점차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뇌를 자극하는 장치를 심어 신체에 나타나는 병적인 현상을 완화하는 요법도 있으나 이 또한 병을 치유하는 것은 아니다.

파킨슨병이 '죽을병'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는 그 자체로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말이 적절하다.

알리도 확진을 받은 뒤 수십 년을 더 살았다.

하지만 파킨슨병은 근육을 약화해 기침이나 삼키기 같은 신체기능을 저해하면서 호흡기 질환을 부르는 때가 잦다.

알리도 사망하기 전에 호흡기 질환 때문에 자주 병원 치료를 받아왔고, 일부 언론은 그가 파킨슨병에 따른 호흡기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