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회사 설립으로 美기업에 엄격한 中 사이버보안규정 비껴가
HP, 합작회사 설립 후 매출 1% 감소에서 40% 증가로 전환


중국의 엄격한 사이버보안 규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미국 IT기업들이 중국에 합작회사를 차리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애플과 퀄컴, 휴렛팩커드(HP) 등 미국의 유명 IT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기업에 투자하거나 조인트벤처(JV)를 차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달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1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퀄컴은 구이저우(貴州)성 지방정부와 조인트벤처를 차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 정부용 윈도 10을 만들기 위해 국영기업 중국전자과기(CETC)와 조인트벤처를 세웠고, 시스코는 중국 서버 제조업체 인스퍼와 조인트벤처를 세운 상태다.

HP는 중국 네트워킹 자회사인 H3C 테크놀로지 지분 51%를 중국 칭화(淸華)유니그룹에 매각했다.

HP는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밀리는 상황이었지만 칭화유니그룹과 손잡으면서 매출이 뛰었다.

매출은 지난해 연간 1% 감소했지만, 올해 1∼4월 40% 증가로 돌아섰다.

중국 기업과의 조인트벤처 설립의 가장 큰 장점은 중국 정부의 까다로운 사이버보안 규정을 비껴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정부의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이후 중국 정부는 미국 IT 기업에 엄격한 규정을 제시했다.

새 사이버보안법에 따르면 IT 기업은 중국에 데이터센터를 둬야 하며 당국의 보안 검사를 받으며 정부가 요구하면 암호화된 정보를 풀어서 제공해야 한다.

또 핵심 산업에는 중국 제품을 사용할 것을 강조해왔다.

미국 IT기업이 중국 기업과 합작사를 차리면 이 같은 규정을 지키기가 쉬워진다.

토니 위 H3C CEO(최고경영자)는 "우리가 중국 기업이 되고 나자 장애물들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