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건 하급심은 1인당 1억원 배상 판결…일부는 대법원 계류
일본기업 반발…시효·청구권한·관할권 등 문제로 '난관'


일본기업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중국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3천700여명에게 1인당 10만 위안(약 1천805만원)의 사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사건은총 11건이 심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3건의 1·2심에서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확정 판결은 아직 없다.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1995년 12월 처음으로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히로시마지방재판소와 오사카지방재판소에 각각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히로시마 고등재판소와 일본 최고재판소도 같은 이유로 항소와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일본 법원에서 패소한 피해자들은 곧바로 우리 법원에 소송을 냈다.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부산지법에 소송을 냈지만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했다.

부산고법에 항소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이 2012년 5월 "가해자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돼 허용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내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부산고법은 이듬해 7월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고법은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두 사건은 일본 기업이 상고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이후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2013년 피해자와 유족 70여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과 광주지법에 소송을 냈다.

작년에도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추가 소송을 냈다.

다른 피해자와 유족 920명은 지난해 미쓰비시와 미쓰이, 아소, 닛산 등 72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여러 소송이 이어지면서 1심 단계부터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피해자 10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하급심에서 피해자들이 연이어 이기고 있지만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어떻게 내릴지는 미지수다.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배상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들은 우선 한국 법원이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재판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설사 관할권이 있다고 해도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은 모두 소멸했다는 주장을 편다.

또 강제징용 피해가 발생한지 수십년이 지나 손해배상 책임이 없어졌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실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피해자들의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민사소송법에 따라 피해자들은 일본 법원에 우리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승인하고 강제집행을 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가 이미 손해배상을 부정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높지않다.

일본 기업의 국내 재산을 강제집행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신일철주금이 포스코에게 가진 3천억원의 채권을 가압류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특허분쟁을 끝내는 조건으로 신일철주금에 3천억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일부 피해자 측은 이 합의금 채권을 가압류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는 대로 강제집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다른 피해자들의 소송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실행에 옮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