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부금 100만 달러 포함해 참전용사 위해 560만 달러 모금"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31일(현지시간) 공개 석상에서 언론과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그동안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한 기자들을 향해 '인간쓰레기', '3류 기자'라는 막말을 거침없이 퍼부었던 트럼프는 이날도 "부정직한 언론"이라고 비판하면서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장에 있던 ABC 기자를 향해 '추잡한 녀석'(sleazy guy)이라고까지 비하했다.

트럼프는 이날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참전용사들을 위한 600만 달러 모금' 주장 진위 논란을 해명하던 중 질문 공세를 펼치는 언론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트럼프는 먼저 CNN 방송의 앵커 짐 어코스타가 "당신은 대선에 출마했는데도 (어떤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조사는 거부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나도 조사 좋아한다"면서 "그러나 내가 참전용사들을 위해 엄청난 돈을 모금할 때 과연 힐러리 클린턴은 얼마나 모아서 지원했는지 조사해 봐라.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한 '공'(功)을 원하지 않지만 억울하게 비난받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답변했다.

트럼프는 어코스타의 계속된 질문을 끊는 과정에서 "내가 TV에서 봤는데 당신은 멋지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어 기자들로부터 "(참전용사 단체에) 백만 달러짜리 수표를 발행하는 것은 아주 관대한 일이지만 비판론자들은 당신이 수치를 과장한다고 한다. 왜 과장하느냐?", "민주당에서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고, 우리 언론은 당신의 상대 진영이 문제 제기하는 것을 다루는 것이다"는 등의 반박성 질문이 쇄도하자 트럼프는 "상대 진영이 비판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지만, 언론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다르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정치담당 기자들은 그동안 내가 만나 본 사람들 중 가장 부정직한 집단에 속한다"고 일갈했다.

트럼프는 심지어 특정 기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 있는 이 추잡한 녀석, 내 책에도 그렇게 나오는데 당신은 추잡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사실 관계를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자가 사실 관계를 다 알고도 의도적으로 부정직하게 보도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당 기자는 ABC 방송 소속 기자라고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은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참전용사 후원금 논란과 관련해 자신이 낸 기부금 1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560만 달러(66억7천만 원)를 모금해 이를 전액 여러 참전용사 단체에 후원했다면서 구체적인 후원 대상 참전용사 단체명과 단체별 후원금 액수를 공개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28일 아이오와 주(州) 첫 경선을 앞두고 당시 '적대 관계'에 있던 폭스뉴스 주최 TV토론을 거부한 채 같은 시간대에 인근 아이오와 드레이크 대학에서 참전용사를 위한 후원행사를 열었으며, 이때 60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주장해 왔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