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도 2.3㎞ 세계기록에 파낸 돌만 2천800만t
"알프스 극복한 스위스의 정체성"…유럽 주요국 정상 모여 축하

알프스 산맥을 관통해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세계 최장의 철도 터널인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GBT)이 1일(현지시간) 착공 17년 만에 개통했다.

영국 BBC 방송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위스 중남부 에르스트펠트에서 시작해 남부 보디오까지 이어지는 이 터널은 총 57㎞다.

기존의 최장 철도 터널이었던 일본 혼슈 섬과 홋카이도 섬을 잇는 세이칸 터널(53.9㎞)보다 3.1㎞,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채널 터널보다 7㎞가 더 긴 것이다.

깊이도 고트하르트 산 아래 2.3㎞로 세계 최고이며, 환기 시스템이 없다면 온도가 섭씨 46도에 이른다.

다만 중국이 보하이 해협에 다롄과 옌타이를 잇는 123㎞짜리 해저 터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스위스의 기록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이 터널이 완공됨에 따라 취리히에서 루가노까지 걸리는 시간이 45분 단축된 것은 물론, 네덜란드의 항구 도시 로테르담에서 유럽 산업의 중심지 독일을 통과해 이탈리아 제노바를 고도 변경 없이 직선으로 잇는 유럽의 간선로가 완성된 것이다.

오는 12월부터 정상 운항이 시작되면 하루 260대의 화물 열차와 65대의 여객 열차가 최대 시속 250㎞의 속도로 유럽 북쪽과 남쪽을 오가게 된다.

터널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7분으로, 취리히에서 밀라노까지 걸리는 시간은 현재보다 1시간 빠른 2시간 40분까지 줄어든다.

노새들이 소금과 와인을 지고 나르던 중세 시대 이후 1882년 처음 고트하르트에 철도 터널이 건설됐을 때 당시 스위스 대통령은 "기술과 과학의 승리이자, 노동과 근면의 기념물"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1980년에 트럭 터널이 추가로 개통했지만 알프스를 오가는 물동량이 많아지면서 기존의 터널로는 감당이 되지 않고, 알프스 주민들은 매연과 소음 문제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1992년 정부의 고속철도 건설안이 주민투표를 통과했고, 2년 뒤 스위스의 모든 화물 운송을 트럭에서 열차로 전환해야 한다는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이 지지를 받아 터널 건설 사업이 동력을 얻게 됐다.

터널 건설에 들어간 돈은 122억 스위스프랑(약 14조6천억원) 이상이며, 여기서 파낸 바위 무게만 2천800만t에 이른다.

17년 동안 365일 24시간 2천 명 이상의 노동자가 투입됐으며, 이 중 9명이 사고로 사망하기도 했다.

이날 개통식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을 비롯해 1천200명이 참석했다.

스위스 연방 교통국 피터 퓌글리스탈러 국장은 이번에 완공한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이 "스위스 정체성의 일부분"이라며 "우리에게 알프스를 극복하는 것은 네덜란드가 바다를 개척하는 것과 같다"고 외신에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mi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