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이행개시 발표된 날 역사학연구회 등 15개 단체 日국회서 발표
"정부간의 일방적 해결선언으로는 근본해결 안돼"
"교육통해 위안부 관련 역사적 사실 전해야"

한국 정부가 군위안부 합의(2015년 12월 28일) 이행 개시를 발표한 날, 일본 역사학자들이 한일합의로 군위안부 문제를 종결지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역사학연구회, 일본역사학협회 등 역사연구 관련 15개 단체는 30일 도쿄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일한 합의에는 대체로 당사자의 마음과 의사를 고려하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 간에 일방적으로 '해결'을 선언하고 이후의 논의를 봉쇄하는 듯한 수법으로는 위안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없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어 "이번 합의 중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하고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을 자제한다'는 표현으로 인해 앞으로 역사연구의 진전과 함께 새로운 평가를 하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잃게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한일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이라는 인권과 깊이 관련된 문제에서 당사자를 방치한 채 타결을 도모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성명은 "이번 일한합의는 위안부 제도의 책임을 모호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역사연구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군의 시설로서 위안소를 입안·설치·관리·통제했던 점, 위안부 제도의 본질은 '성노예' 제도였다는 점, 당시 국내법과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지만 합의는 그것들에 입각하지 않고 위안부 제도의 책임에 대해서는 '군의 관여'라는 애매한 인정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합의는 역사교육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교과서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서술이 제거되는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며 "교육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전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명은 한일 양국 정부 등에 "위안부 문제를 진지하게 마주하고 진정한 근본적 해결을 향해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발표 회견에서 역사학연구회 전 위원장인 구보 도루(久保亨) 신슈(信州)대학 교수는 "학자들의 문제의식이 일치한 대목은 일본에서 '일한합의로 문제가 종결됐다'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는 점"이라며 "일한 합의로 절대 위안부 문제가 최종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 역사학자 입장에서 한마디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구보 교수는 "우리는 성명에서 일한합의를 부정해야하느냐, 폐기해야하느냐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으며 현실의 문제로서 일한합의에 의한 움직임(재단 설립 등)을 막거나 그걸 전부 부정하는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한합의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할 수 없으며, 일한합의에는 많은 미해결문제가 포함돼 있고, (합의가 역사적 사실과 관련한) 오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 다시 말해 일한합의를 '완전한 해결'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날 참석한 학자들은 교육 현장에서 최근 군위안부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자숙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소개하고, 그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는 1932년 발족한 회원 2천 11명의 역사학연구회와 1945년 출범한 일본사연구회(개인회원 2천 24명), 1949년 설립된 역사교육자협의회(개인회원 1천 810명·단체회원 60개) 등 유력 단체들이 포함됐다.

15개 단체에 소속된 회원수는 연인원(중복된 이름을 빼지 않음)으로 1만 명을 넘는다.

이날 한국 정부는 한일합의의 핵심인 군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설립을 위한 재단설립준비위원회를 31일 공식 발족한다고 발표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