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당 유력인사들 부패수사 개입 의혹 보도로 상황 급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논란이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제1당 유력인사들의 부패수사 개입 의혹이 언론을 통해 잇달아 보도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탄핵 절차가 어떻게 종결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 탄핵심판에 찬성했던 일부 상원의원이 유보적인 자세로 돌아서면서 오는 8∼9월 중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탄핵안 최종표결 결과를 점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상원은 지난 12일 전체회의 표결에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개시를 촉구한 상원 특별위원회 의견서를 채택했다.

전체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55명이 찬성했고, 22명이 반대했다.

4명은 기권하거나 표결에 불참했다.

이 판도가 상원 전체회의 최종표결로 이어지면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은 최종 가결된다.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속한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유력인사들이 사법 당국의 부패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PMDB 소속 호메루 주카 기획장관은 지난 3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물류 자회사인 트란스페트로 전 대표 세르지우 마샤두와 나눈 전화통화 내용이 보도되고 나서 사임했다.

마샤두는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사법 당국의 부패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당시 전화통화에서 주카 장관은 부패수사 확대를 막으려면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정부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어 PMDB의 주제 사르네이 전 대통령과 헤난 칼례이루스 상원의장이 마샤두와 전화통화에서 부패수사 개입이 의심되는 대화를 한 사실도 공개됐다.

사르네이 전 대통령과 칼례이루스 의장은 전직 대법관과 유력 변호사 등을 동원해 부패수사가 확대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PMDB를 비롯한 일부 정당이 '자유브라질운동(MBL)'이라는 사회단체의 호세프 대통령 탄핵 지지 시위를 재정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PMDB에 관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상원의 분위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가 탄핵안 최종표결에 대한 상원의원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찬성 42명, 반대 19명, 의견 유보 20명으로 나왔다.

특히 의견을 유보한 의원 20명 가운데 14명이 탄핵심판 개시에 찬성한 의원으로 확인되면서 탄핵안 최종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호세프 대통령이 속한 노동자당(PT) 소속 움베르투 코스타 상원의원은 "탄핵 여론이 달라지고 있고 테메르 정부에 대한 평가도 악화하고 있다"면서 상원의 최종표결에서 탄핵안이 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처럼 꼬여가자 테메르 권한대행은 호세프 탄핵절차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테메르 측근들은 10월 지방선거 캠페인이 시작되는 8월 16일 이전에 탄핵절차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탄핵심판 절차는 최장 180일간 계속된다.

상원 특별위원회가 탄핵 사유에 관한 심의와 토론을 벌이고, 이를 통해 도출된 의견서를 특위와 전체회의 표결에 부친다.

여기서 과반이 찬성하면 다시 전체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이 이뤄진다.

전체회의 표결에서 탄핵안이 최종 가결되면 2018년 말까지 남은 호세프 대통령의 임기는 테메르 권한대행이 채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