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NYT "美日 2차대전때 적에서 동맹으로…더 긴밀해져" 평가

미국 언론은 2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71년만에 처음으로 원폭 피폭지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 '역사적 행보'를 주요 기사로 다뤘다.

이번 방문은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해온 '핵무기 없는 세상' 이니셔티브를 완성하는 동시에, 2차대전 당시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일본이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머릿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첫 원자폭탄 사용의 희생자들을 추념하기 위한 엄숙한 히로시마 방문에서 핵무기의 종언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WP는 특히 "사상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쓰라린 2차대전의 적국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성이 스며들어 있다"고 평가했다.

WP는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은 히로시마행(行)이 핵폭탄 투하에 대한 사과로 비쳐질 수 있는 점을 경계해 방문을 꺼려해왔다"며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측근들은 미·일 동맹관계를 강조하고 현대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임기 마지막 해에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것을 적절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WP는 이어 측근들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임기를 수개월 앞두고 군축과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WP는 "오바마 대통령이 당면한 또다른 도전과제는 이번 방문을 이용해 과거 전쟁때의 구원(舊怨)이 남아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화해 과정을 진전시키는 것이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의 고통을 겪었던 모든 당사자가 전쟁의 공포를 막기위한 책임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WP는 그러면서 백악관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는 입장을 소개했다.

한 고위당국자는 WP에 "아베 총리가 진주만에 오지 않으면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투하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 높은 문화 수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을 감행한데 대해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미·일 양국 사이에 교류를 증진하고 긴밀한 군사적 관계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아베 총리를 보상하려는데 부분적인 목적이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가장 강도높은 원한조차도 극복해내는 인류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로 활용하려고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주변국의 심기가 다소 상하더라도 핵 공격과 핵사고가 가져올 재앙적 참화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방문이 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