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신형버스에 전용차로·카드결제까지 가능
4천명 수용하는 워터파크 개장…3월부턴 자본주의 상징 증권거래도

지난 3월 반세기 만에 문민정부가 들어선 미얀마에 서구화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앞문 없이 달리는 버스가 자주 눈에 띌 정도로 열악한 대중교통을 개선하기 위해 간선급행버스(BRT·Bus Rapid Transit)가 도입됐고 현대식 시설을 갖춘 워터파크도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최근 운행을 시작한 BRT는 중고버스가 대부분인 미얀마에서 명물로 주목받고 있다.

양곤에서 운영되는 BRT 45대는 모두 노란색으로 한국과 중국 등에서 들여온 새 차들이다.

BRT는 버스에 철도 시스템 개념을 도입한 것을 말한다.

정시성과 속도 향상을 위해 버스 전용차로, 환승 시설, 버스 우선 신호시설 등을 갖춰 급행으로 버스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미얀마의 BRT도 도로 오른쪽 끝 차선을 전용차로로 활용한다.

다른 차량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 때만 이 차선에 진입할 수 있다.

이 BRT는 미얀마의 다른 버스와 달리 카드를 이용해 요금을 결제할 수 있고 내부에 CCTV도 설치됐다.

선진국에서나 접할 수 있는 버스와 비슷한 수준의 시설을 갖춘 셈이다.

미얀마를 찾는 외국인은 지금까지 양곤 시내의 일반 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등 시설이 열악하고 운전사가 차선을 자주 바꾸거나 역주행까지 일삼아 위험하기 때문이다.

기현하 코트라(KOTRA) 양곤무역관 과장은 "BRT 버스의 최신 시스템은 향후 미얀마 대중교통 시스템 선진화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하던 외국인도 깨끗하고 안전한 BRT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 과장은 "BRT 버스는 양곤 내 버스 7천500대에 비하면 숫자가 적지만 이를 토대로 미얀마 버스 시장이 발전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만든 버스도 BRT로 활용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일에는 양곤에 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워터파크 '양곤 워터브룸'이 문을 열었다.

5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비롯해 11개의 물놀이 시설과 스파, 편의시설, 푸드코트 등을 갖췄다.

이 워터파크는 지난 3월 개장했다가 수질 문제로 하루 만에 폐장한 뒤 시스템 보강을 거쳐 다시 개장했다.

다만 입장료가 매우 비싼 점은 양곤 시민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평일 성인요금은 2만 차트(한화 약 2만600원), 소인 요금 1만5천차트(약 1만5천500원)로 일반 놀이동산에서 기구를 타는 비용 1천차트(약 1천원)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워터파크 측은 프로모션 행사 등을 통해 입장료를 낮추고 시설 개선에도 더욱 노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군부가 오랫동안 지배한 미얀마는 지난 3월 자본주의의 상징인 증권거래를 처음 시작한 바 있다.

지난 17일에는 미국 재무부가 미얀마 국영기업 7곳과 국영은행 3곳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했다.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새 정부의 경제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얀마가 자본주의 세계를 향해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양곤<미얀마>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