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밀러 유럽 사업부문 매각해야…독점력 완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의 2위 업체 사브밀러 인수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AB인베브가 사브밀러의 유럽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양사의 합병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이같은 결정은 맥주시장의 경쟁을 약화시키지 않고 EU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 2위 업체 간 인수합병으로 세계 맥주시장 점유율 30%가 넘는 '공룡 기업' 탄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EU 집행위는 합병회사의 유럽시장 독점을 규제하는 조건을 단 것으로 보인다.

EU 경쟁당국은 지난 2개월 간 양사 합병에 따른 경쟁 침해 여부를 조사해 왔다.

이에 대응해 AB인베브는 합병회사의 독점력 완화를 위해 유명 브랜드 매각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AB인베브는 지난달 사브밀러 인수를 전제로 일본 아사히 그룹에 사브밀러의 브랜드인 페로니, 그롤쉬 등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AB인베브는 지난달 29일 사브밀러의 동유럽 국가 브랜드를 매각하는 방안을 EU 집행위에 제출했다.

AB인베브는 체코의 필스너우어크벨, 헝가리의 드레허를 비롯해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의 맥주 브랜드를 매각할 계획이다.

EU 경쟁당국은 시장 점유율 30%를 한 기업이 과도하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AB인베브는 지난 2008년 벨기에-브라질의 인베브 그룹과 미국의 안호이저-부시가 합병한 회사로 버드와이저 등 유명 맥주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AB인베브와 사브밀러는 지난해 11월 710억 파운드(약 123조4천억원) 규모의 합병 협상을 타결했다.

AB인베브는 세계시장 점유율 20.8%로 1위 기업이며 사브밀러는 점유율 9.7%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사가 합병함으로써 세계 맥주시장 점유율 30.5%, 시가총액 2천750억 달러(약 328조 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브뤼셀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