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트남 무기금수 해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응
다낭에 군수물자 배치도 논의
TPP 조기비준 앞두고 협력 확대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왼쪽)이 2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베트남 하노이 대통령궁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은 것은 1975년 베트남전쟁 종전 후 세 번째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까지 베트남에 머물며 경제 협력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노이EPA연합뉴스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왼쪽)이 2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베트남 하노이 대통령궁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은 것은 1975년 베트남전쟁 종전 후 세 번째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까지 베트남에 머물며 경제 협력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노이EPA연합뉴스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1960~1970년대 10년간 전쟁을 치른 두 나라가 41년 만에 적대적 유산을 청산하고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는 상징적 조치다. 중국은 미국, 베트남의 새로운 밀착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이정표

'41년 앙금' 마침표 찍고…미국-베트남, 중국 견제 손잡았다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 수도 하노이에서 쩐다이꽝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수출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무기금수 해제가 베트남 안보를 강화하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기 수출은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나라는 베트남전 종전 20년 만인 1995년 수교했지만 미국은 비(非)살상무기에 한해 수출을 허용했다. 하지만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 정부는 군비 증강을 위해 전면적인 무기금수 조치 해제를 미국에 요구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군력이 팽창하자 미국은 2014년 10월 해양안보에 관련한 일부 살상무기에 한해 금수 조치를 풀었다. 베트남의 인권개선 문제가 전면 해제의 걸림돌이 됐다.

외신들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구하는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견제하는 전략에서 미 의회 일각과 인권단체의 반대에도 이번에 금수 조치를 완전히 푼 것으로 평가했다.

양국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 중심기지 역할을 한 남부 깜라인만에 미군 주둔을 허용하는 방안과 베트남 중부 전략 항구도시인 다낭에 군수물자를 사전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깜라인만은 영유권 분쟁지인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와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에서 각각 550㎞ 정도 떨어진 동남아의 군사 요충지다. 항공모함, 잠수함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깊은 베트남 내 최대 항구로 알려졌다.

미군이 베트남전 당시 전투기와 수송기, 병력 집결지로 활용한 깜라인만에 다시 주둔하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훨씬 유리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남중국해 가까이 있는 다낭은 1965년 미국이 대규모 지상 전투부대를 처음으로 상륙시켜 베트남전에 본격 뛰어든 상징적인 장소다. 중국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베트남 인권 상황에 대한 미국의 공격 등을 거론하며 “하노이(베트남)가 필리핀처럼 미국의 동맹이 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인들 만나 경제협력도 강화

두 정상은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조기 비준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일본, 베트남 등 12개국이 지난 2월 TPP에 공식 서명하고 국가별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7월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베트남 저가 항공사인 비엣젯항공에 항공기 100대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총 113억달러(약 13조3000억원) 규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응우옌티낌응언 국회의장, 응우옌쑤언푹 총리 등 베트남 국가지도부를 차례로 만나 양국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베트남 남부 경제도시 호찌민을 방문, 양국 경제인을 만난 뒤 2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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