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11월 본선을 앞두고 기존 공약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있다.
"이제는 본선이다"…트럼프, 경제·외교정책 손질
22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스티븐 무어 선임이코노미스트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부국장 출신의 로렌스 커드로 CNBC 앵커에게 감세공약을 조정하는 작업을 맡겼다.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연소득 5만달러 이하 가구에 소득세 면제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39.6%→25%) △15% 단일 법인세율 도입을 포함한 감세정책과 획기적인 규제 완화로 연 6% 경제성장을 이뤄내 10년 내 19조달러에 달하는 누적 재정적자까지 해소하겠다는 경제공약을 내놨다. 이 같은 공약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향후 10년간 총 9조5000억~12조달러에 달하는 추가 재정적자를 불러올 ‘재앙적’ 감세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무어는 2014년부터 헤리티지재단에서 재정과 예산, 통화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자유기업펀드’ 등 비영리단체를 조직한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다. 커드로는 미국 중앙은행(Fed) 연구원 출신으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 예산관리국 부국장을 지냈다. 2001년부터 CNBC에서 경제전문 프로그램 ‘커드로 리포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어는 최근 미국 NP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및 법인에 대한 감세폭 조정 △고소득층의 세 감면 조항 정비(부자 증세)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트럼프 감세공약의 향후 재정적자 유발 폭을 3조~4조달러대로 줄이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적자 폭을 줄여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감세공약으로 바꾸겠다는 설명이다.

트럼프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클릭 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 보수 진영의 외교대가로 꼽히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난 데 이어 23일엔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을 만난다. 그는 20일 MSNBC에 출연,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해) 내가 하려는 말의 핵심은 한국과 일본을 계속 지켜주고 싶다는 것”이라고 기존과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모욕적인 발언에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히스패닉 계층에도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5일 멕시코 전통음식 ’타코 볼’을 먹는 사진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 데 이어 20일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보수 성향의 ‘미국 히스패닉 기독교 지도자연맹(NHCLC)’ 회의에 “이민 전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불법이민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는 내용의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