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기업과 대학이 제휴하는 산학연대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공동연구 형식으로 일본 기업에서 일본 대학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는 독일의 40% 미만에 머물고 있다.

일본 기업이 대형 연구프로젝트 파트너로 일본보다도 해외 대학을 택하는 일이 많아서다.

일본정부는 이달말 내각회의에서 결정하는 성장 전략에 산학연계 방안을 담을 예정이지만, 이처럼 제휴가 지지부진한 상황 때문에 산학연대가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의하면 2013년도 일본 기업 전체의 연구개발비는 12조6천200억엔(약 135조8천277억원)인데 그 가운데 일본 대학에 투입된 금액은 0.7%인 923억엔(약 9천934억원)이었다.

이런 경향은 지금도 거의 그대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독일은 2012년에 기업의 연구개발비 6조4천200억엔 가운데 3.7%에 해당하는 2천412억엔이 독일 대학에 투자됐다.

일본 기업 연구개발비 전체 규모는 독일의 배에 가까운데 자국 대학에 투입된 금액은 독일의 40% 미만이다.

산학연대에서 앞서가는 미국과의 차이는 더 크다.

다만 일본 기업이 자국 대학에 자금투입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본 대학과의 공동연구에서 수백만엔에서 수천만엔 짜리는 많다.

하지만 최첨단 연구를 추진하는 수억엔(약 수십억원) 단위의 제휴 안건은 미 매사추세츠공대(MIT)나 스탠퍼드대학 등과 제휴해 수행한다.

치열한 국제경쟁에 직면한 일본 기업들이 돈을 투입하는 상대를 선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실제 일본 문부과학성이 일본 업체와 대학이 2014년도에 함께 한 2만2천700건의 공동연구를 조사한 결과 65.8%는 연구비가 300만엔 미만의 소규모 안건이 차지했다.

이에 비해 일본 경제산업성이 조사한 결과 일본 기업이 해외의 대학에 지불하는 공동연구비는 1건당 평균 1천100만엔을 초과했다.

투입되는 연구비에서 3배 이상의 국내외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금액 차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교수나 연구에 종사하는 학생의 인건비다.

해외의 대학교수는 연구에 철저히 매달려 좋은 결과를 내는 확률이 높으므로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산학연계는 대학의 연구성과이기도 한 특허수입에 직결되지만, 이 역시 일본과 미국 대학 간에 차이가 크다.

일본 대학에서 특허 관련 수입이 가장 많은 교토대는 2014년도에 3억5천만엔, 뒤이은 도쿄대는 3억4천만엔이었으며 대부분은 연간 5천만엔 이하다.

이에 비해 1980년대부터 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산학연계를 확대해 온 미국 상위권 대학의 2014년도 특허수입 1~3위는 노스웨스턴대 397억엔, 뉴욕대 237억엔, 컬럼비아대 192억엔이었다.

5위 안에 못 든 스탠퍼드대도 119억엔이다.

구미의 거대 제약업체가 일본의 유력 대학과 제휴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위 100개 학교의 평균수입이 24억엔에 달하는 미국에 비하면 일본 대학의 특허 관련 평균수입은 여전히 초라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