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당국, 블랙박스 위치 확인 보도 부인
사고기 잔해·탑승객 소지품 공개…프랑스, 공항 직원들 조사


지난 19일(현지시간) 지중해 상공에서 실종된 이집트 여객기 추락을 놓고 프랑스와 이집트 항공당국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사흘이 지난 22일까지도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항공사고조사국은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을 근거로 사고가 난 이집트항공 소속 여객기 에어버스 A320 MS804기의 추락 직전 기내 "여러 곳"에서 연기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화장실과 항공기 전자장치에서 연기가 감지됐고 이어 조종석에 있는 항공기 제어장치(FCU)에도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고 초기 사고 원인으로 의심됐던 테러 가능성보다는 화재 등으로 인한 기체 결함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항공사고조사국 대변인은 AFP에 "여객기 잔해나 항공기 데이터 기록장치를 발견하기 전까지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21일 "모든 가설을 조사 중"이라고 밝히는 등 프랑스 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특정하기에 아직은 이르다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직 A320 조종사인 미국 안전 운항체제 자문업체 존 콕스 대표는 블룸버그에 "(연기 감지와 화재 경보가 울린 상황을 고려했을 때) 폭발이라고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일반적 화재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았다"며 "이는 우리가 해답보다는 질문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아직 사고의 배후를 자처한 테러 단체는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여객기의 비행정보기록장치(블랙박스)가 사고 원인을 밝혀 줄 강력한 단서로 꼽히지만 프랑스와 이집트 당국은 아직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

미국 CBS 방송이 이집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블랙박스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보도를 내놨지만 진위는 불분명한 상태다.

이집트 민간항공부 고위 관계자는 블랙박스 위치가 확인됐다는 보도를 부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프랑스 당국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청소원을 비롯해 이륙 전 사고기에 접근한 공항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사고기가 추락 전 카이로와 튀니스(튀니지 수도), 파리에 머물렀을 당시 여객기에 폭발물이 설치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내에 폭탄이 있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편 이집트 당국은 21일 전날 이집트 해역 인근에서 발견한 여객기 잔해와 탑승객 소지품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집트항공 라벨이 드러난 조각과 함께 구명조끼, 좌석, 지갑, 신발, 카펫, 스카프, 의자와 쿠션 조각, 가죽끈이 달린 가방 등이 포함돼 있다.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CNN 방송에 "수색은 계속 진행 중"이라며 "앞서 여객기 잔해와 시신, 탑승객들의 소지품을 찾았으며, 수색은 사고기가 정확히 어디에서 실종됐는지 알아낼 수 있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이번 수색작업에 협력할 의사를 보인다면서 심해 수색 장비를 보유한 국가들이 기록장치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