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韓 정부 "예상했던 수준, 정상회의 지켜봐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 카드를 접지 않은 가운데 미국이 시장개입을 경계하는 입장을 드러냄에 따라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는 미국이 최근 환율보고서에서 밝혔던 강경한 환율정책을 재확인한 것인 만큼 앞으로 원화 절상압력이 커지는 등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일본에서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통화 절하 경쟁을 자제한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 후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외환시장)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의 안정에 대해 악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환율 추이에 따라 '시장 안정화'를 명분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반면 이날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아소 부총리와 진행한 양자 회담에서 "통화절하 경쟁을 피하기로 한 국제적 합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위적인 환율시장 개입을 경계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날 미일 양국이 보인 인식 차이는 향후 한국 외환정책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공개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5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 바 있다.

당시 미 재무부는 "한국이 무질서한 금융시장 환경에 처했을 때만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하고,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계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미국의 환율정책이 한층 강경해졌고 우리나라에 대한 원화 절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금리인상을 앞둔 미국이 달러 강세를 우려해 교역국을 대상으로 통화약세 추세를 가져가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이지만, 대상국 입장에서는 경기 회복을 위해 절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일종의 '환율전쟁'이 벌어지면서 하반기 환율시장의 변동성이 극도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 교수는 "이번에 미국이 일본에 환율개입 우려를 지적했지만, 결국은 한국에도 (미국 강경책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이에 더해 원/엔환율 개선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수출경쟁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파나마 문서'를 통해 부각된 조세 회피에 대한 대처에 G7이 앞장서면서 국제적으로 조세 투명성을 높이기로 뜻을 모은 만큼 문서에 거론된 한국 관련 인물이나 법인들에 대한 역외탈세 의혹을 확인하는 데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정부는 오는 26∼27일로 예정된 G7 정상회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G7 재무장관회의에서 이런 정도의 논의가 오갈 것으로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 "원화 절상압력은 상존하고 있지만, 달러 강세 흐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7 회의내용을 한국에 직접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상회의에서 논의가 어떻게 이어질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