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월급 올려줄 방법 없지만, 즉각 행동에 착수하겠다"
"기존 단일시장 의존과 작별"…"혁신·취업·분배가 핵심가치"

"저는 지금 당장 모든 젊은이의 봉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신정부가 즉시 행동에 착수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대만의 첫 여성 총통인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은 20일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취임식 연설에서 "가장 중요하고, 내가 특별히 강조해야하는 것은 우리 젊은이들의 저임금 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차이 총통이 이번 취임식 연설에서 이처럼 청년들의 저임금과 극심한 실업률 문제 해결을 신정부의 최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은 현실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만의 20대 청년 실업률은 12% 대까지 급등했다.

전체 실업률 4%대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대졸자들은 법정 최저임금(2만8대만달러·73만원)보다 조금 높은 2만2천대만달러(80만원)를 평균 초임으로 받는다고 해 '22K세대'로도 불린다.

지난해 한 대만신문은 "한국의 대졸자 초봉은 7만4천 대만 달러(약 268만원)로 대만 대졸자의 2.78배"라는 기사를 내보내 대만 젊은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에 따르면, 높은 청년 실업률은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 현상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제조업 근로 대체 현상 등으로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다.

극심한 취업난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맞물려 정치문제로도 비화되고 있다.

2014년 3월 대만 대학생들이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협정에 격분해 입법원 점거 사태('해바라기 운동')을 벌인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청년들의 마잉주(馬英九) 정권에 대한 분노는 결국 8년 만의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차이 신임 총통은 이날 '경제구조의 전환', '사회안전망 강화', '사회적 공평정의' 등을 청년 살리기 해법으로 제시했다.

특히 경제구조 전환과 관련, "창조혁신·취업·분배를 핵심가치로 하는 지속 발전이 가능한 신경제모델"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하고 '경제적 활력과 자주성 강화', '글로벌·지역 연결 강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를 포함한 다변·다자 경제협력 및 자유무역협상 적극 참여' 등의 구체적인 '개혁의 1보'로 거론했다.

또 "신 남향(南向) 정책을 추진하고 대외경제의 틀과 다변성을 제고하며 이전에 단일시장에 의존해온 현상과 작별을 고하겠다"며 중국시장 의존에서 탈피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대만의 전체 수출에서 26% 비중을 차지한다.

GDP 중국 의존도, 해외투자총액 대비 대중투자비중은 각각 16%, 50%다.

차이 신임 총통은 '5대 창조혁신 연구개발' 계획도 거론하며 이는 "대만의 글로벌 경쟁력을 재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개발 청사진에는 녹색에너지 연구단지, 바이오메디컬 단지, 글로벌 스마트 정밀 기계도시 등을 대규모로 조성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대만 경제의 이같은 변화를 '환골탈태'라는 표현으로 압축했다.

차이 신임 총통은 "젊은이들의 미래는 정부가 책임지겠다.

신정부가 이를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서겠다고 약속한다"면서 "신 정부에 약간의 시간을 달라. 그리고 개혁의 여정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타이베이·베이징연합뉴스) 정주호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