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엇갈린 평가 속 수상 기대…'부산행' 화제

제69회 칸 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아 황금종려상의 향배가 가려지는 폐막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 11일 개막한 칸 영화제는 주요 무대인 경쟁 부문에서 초청된 21편의 영화 중 13편이 상영됐다.

현재까지 언론과 평론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젊은 여성 감독과 남성 거장 감독간 대결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칸의 세번째 수상에 도전하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저조한 평점에도 현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수상을 기대해 봄 직하다.

◇ '토니 에르트만', '슬랙 베이', '패터슨' 호평
올해 칸 영화제의 화제작은 단연 '토니 에르트만'이다.

41살의 독일 출신 여성 감독인 마렌 아데가 세번째 연출작으로 칸을 들썩이게 했다.

칸 영화제 기간 평점을 내는 양대 매체인 스크린 데일리와 르 필름 프랑세즈 모두에게서 최고 평점을 받았다.

세계 각국의 11개 매체가 참여한 스크린 데일리는 4점 만점에 3.7점을, 프랑스 평론가 15명이 참여하는 르 필름 프랑세즈는 4점 만점 3.0점을 각각 줬다.

'토니 에르트만'은 장난기가 넘치는 아버지가 일밖에 모르는 딸의 직장에 깜짝 방문해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을 그린 영화다.

아버지의 장난은 엉뚱하다 못해 기괴하고 그로 인해 딸도 황당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끊이지 않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인생과 가족관계의 의미를 묻는 진지함도 갖추고 있다.

마렌 아데가 황금종려상을 받게 되면 칸 역사상 두번째 여성 수상자라는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그다음은 매체의 속성에 따라 평가가 갈렸다.

영미권 중심의 스크린 데일리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짐 자무시의 '패터슨', 프랑스 매체인 르 필름 프랑세즈는 자국 감독인 브루노 뒤몽의 '슬랙 베이'의 손을 들어줬다.

스크린 데일리로부터 평점 3.5점을 받은 '패터슨'은 뉴저지 패터슨시에 사는, 시 쓰기를 좋아하는 버스운전사 패터슨의 일주일을 담담하게 그린 영화다.

영화는 패터슨의 반복되는 일상과 그 일상의 변주를 그가 쓴 시와 함께 보여주면서 노동과 창조적 삶의 조화 가능성을 탐색한다.

'패터슨'을 연출한 짐 자무시는 첫 장편 '영원한 휴가'(1980)를 만든 지도 30년이 훌쩍 넘은 노장 감독이다.

칸의 '단골손님'으로 크고 작은 상을 수차례 받았으나 아직 최고 영예의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다.

'슬랙 베이'는 식인 성향의 어부 아들과 양성애 성향의 부르주아 가문의 여성간 사랑을 그린 영화다.

코미디, 멜로드라마, 형사물 등 온갖 장르가 뒤섞인 기괴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르 필름 프랑세즈는 58살의 자국 감독이 연출한 영화에 평점 2.7점을 줬다.

◇ '부산행', '아가씨'로 한국영화에 관심 고조…'곡성'이 이어가나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상영 후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스크린 데일리와 르 필름 프랑세즈 공히 점수를 매긴 경쟁 초청작 중 두번째로 낮은 점수를 줬다.

스크린 데일리의 평점은 2.1점, 르 필름 프랑세즈는 1.7점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에 "제 영화는 언제나 점수가 높지 않았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의 긍정적인 리뷰가 적지 않다.

할리우드리포터는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켰다"며 "재미있게 꼬인 에로틱 스릴러와 기분 좋은 놀라움으로 가득찬 러브 스토리로 인해 2시간30분이 금세 지나간다"고 평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대단히 재미있는 스릴러"라며 별점을 5점 만점에 4점으로 매겼다.

해외 영화제 관계자나 배급사 바이어들도 찬사를 보냈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엘레나 폴라끼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번 칸 영화제 초청작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라고 말했고, 폴란드 구텍 필름의 바이어 야쿱 두신스키는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바이어들의 찬사는 실제 구매로도 이어져 '아가씨'는 유럽지역에서 '완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낮은 평점에도 박찬욱 감독의 세번째 수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벌써부터 감독상 수상을 예상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장편 데뷔작인 '부산행'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장르 영화로서 완성도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사회고발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연 감독은 '부산행'을 통해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았다.

덕담에 가깝겠지만 미드나잇 스크리닝 상영회가 끝나고서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8일(현지시간) 오후에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곡성'이 세계인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부산행'과 '아가씨'가 불을 지핀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곡성'이 어떻게 이어갈지 주목된다.

(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