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유착 재벌 '아시아 월드' 관련 6개 업체 추가 제재
북한과의 군사거래도 일부 제재 유지 근거

반세기 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로 문민정부가 출범한 미얀마에 대해 미국이 경제제재의 일부를 해제했다.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새 정부의 경제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국영기업과 은행에 대한 제재를 푼 것이다.

그러나 미얀마 민주주의 진전의 잠재적 위협 요인인 군부에 대한 압박 수위는 오히려 높였다.

미국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미얀마 국영기업 7곳과 국영은행 3곳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또 미얀마 금융기관과 자국 기업 또는 민간인의 금융거래도 일반제재 목록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미국 기업의 현지 투자와 대(對) 미얀마 무역을 촉진해 경제발전을 유도하려는 조치다.

이번 조치로 업무나 관광 목적으로 미얀마에 거주하는 미국인의 금전 거래도 훨씬 쉬워졌다.

미국은 약 30년간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유지해왔다.

다만, 2011년 출범한 군부 출신 테인 세인 전 대통령 정부가 개혁·개방에 나서자 이듬해 일부 제재를 완화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제재 완화를 통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하면 보상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애덤 수빈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도 "이번 조치는 제재 대상 이외의 업종에서 미얀마와의 교역을 촉진하고, 미얀마인과 미얀마 정부가 더 포용적이고 번영하는 미래를 맞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상하원 의석의 4분의 1과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주요부처를 장악한 채 미얀마 민주화의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군부에 대한 압박 수위는 오히려 높였다.

미 재무부는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 스티븐 로와 그가 운영하는 '아시아 월드'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6개 기업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추가했다.

미국인은 제재 대상 기업이나 개인과 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

스티븐 로는 미얀마 독재자 네 윈의 묵인하에 아편과 헤로인 밀매로 부를 축적한 로 싱 한(2013년 사망)의 아들이다.

로 싱 한과 스티븐 로가 1992년 설립한 아시아 월드는 군부 통치 시절 항만, 건설 등 주요 관급 인프라 공사를 따내면서 미얀마 최대 재벌로 성장했다.

이런 아시아 월드 관련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에 대해 미 재무부는 "(미얀마의) 추가적인 민주개혁을 촉진하고 군부와 일부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에서의 정치개혁을 가로막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뿐 아니라 "북한과의 군사적 거래 촉진" 역시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는 근거라고 미국 재무부는 강조했다.

재무부는 "미국 정부는 필요한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미얀마에서의 정치개혁과 광범위한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계속 지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이번 경제제재 일부 해제에 대해 미얀마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군부 통치 시절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경제제재 조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진 수치는 이번 조치 이전에도 제재 해제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다.

일각에서는 미얀마 문민정부의 최고 실권자지만 군부의 견제를 받는 수치가 의도적으로 미국의 제재를 군부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워싱턴·방콕연합뉴스) 김세진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