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인종 역대최다 인구분포로 대선 당장 열리면 '힐러리 승리-트럼프 패배'
'멕시코 접경 장벽' 등 발언 트럼프 히스패닉 비호감도 87%

2016년 미국 대선이 당장 내일 열린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힐러리 승리-트럼프 패배'가 거의 확실시된다.

백인의 비율이 역대 최저이고,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의 비율이 최고가 된 유권자 분포 때문이다.

여기에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가 히스패닉들 사이에서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점도 그의 패배 가능성을 짙게 한다.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은 16일(현지시간) 이처럼 역사상 가장 커진 유권자의 인종적 다양성이 11월 대선을 좌우할 최대 요인으로 내다봤다.

이날까지 공개된 각종 통계를 보면 올해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파워는 4년 전보다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화당의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승리한 2000년 대선에서는 유권자의 81%가 백인, 10%가 흑인, 7%가 히스패닉이었다.

이 유권자 지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2012년 백인 72%, 흑인 13%, 히스패닉 10%로 급변한다.

백인의 비율이 9%나 줄어든 것.

적지않은 전문가들은 오는 11월에는 백인 유권자의 비율이 심지어 7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유권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히스패닉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컨설턴트인 페르난도 아만디는 '더 힐'에 "백인이 역대 최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퓨리서치센터의 2월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백인 성인의 사망자 수는 히스패닉에 비해 12배에 달했다.

백인 성인의 인구가 히스패닉에 비해 6배 많은 점을 고려하면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2012∼2016년 18세가 된 비백인 유권자는 전체의 43%에 달했다.

이로써 2012년 이후 증가한 비백인 유권자는 750만 명에 달했다.

백인 유권자 증가는 320만 명에 그쳤다.

유력 정치분석전문기관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2016년 유권자 분포가 2012년 당시와 비슷할 것으로 봤다.

또 올해 민주, 공화당 대선후보는 4년 전 '대학교육을 받은 백인', '대학교육을 못 받은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과 기타' 등 5개 그룹에서 당시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밋 롬니가 받은 것과 비슷한 득표를 할 것으로 이 기관은 내다봤다.

최근 트럼프가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가 되자 이 기관이 그간 공화당 후보에 유리하거나 중립적이었던 주에 대한 승리 전망을 민주당 후보에 유리하게 일제히 바꾼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히스패닉 유권자로부터 71%를 득표해 승리한 2012년 대선 결과를 분석해 "차기 대선을 승리하려면 히스패닉을 더욱 파고들어야 한다"고 결론을 낸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공화당은 히스패닉과 흑인, 아시안, 동성애자들에 대한 유세를 강화하고 이들을 더욱 신경 써야 한다"며 "소수인종 출신의 후보를 더욱 많이 배출해야 하며 (소수인종을 위한)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입장에서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사실상의 대선후보로는, 대통령이 되면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쌓아 불법이민을 막겠다고 선언해 히스패닉에게 가장 적대적인 트럼프가 뽑혔다.

여론조사기관인 '라티노 디씨즌스'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계에서 트럼프의 비호감도는 무려 87%에 달한 반면 호감도는 9%에 그쳤다.

트럼프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해피 신코 데 마요! 트럼프 타워 그릴에서 만든 최고의 타코 볼. 나는 히스패닉을 사랑해요!"라는 글과 함께 트럼프 타워 사무실 책상에서 멕시코 대중 음식인 타코 볼을 먹는 사진을 올린 것은 이러한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경선에서 나온 적대적 발언 등을 "제안"이라고 얼버무리며 본선에서는 입장을 바꾸거나 소수인종을 겨냥한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히스패닉과 흑인, 아시안계는 이미 경선전을 거치며 클린턴 전 장관에 줄을 선 경향이 뚜렷하다.

트럼프 캠프에서는 어차피 마음을 돌리기 힘든 소수인종들 보다는 텃밭인 '백인 노동자층'에 더욱 집중하자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