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단기적으로는 저금리 장기적으로는 재정적자가 위험"
"한국, 다른 OECD 국가보다는 선전…성장률 하락도 우려할 정도 아니야"

미국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대학교 석좌교수가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의회 등 견제기능이 있어 최악의 상황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16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특별강연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대외경제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보다 더 중요한 문제에 빠질 것 같다"고 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군사력 사용이나 대통령의 재량 예산 지출권 등 국회 통과가 필요 없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힐러리나 트럼프나 말도 안 되는 입법을 해도 하원을 거쳐야 하므로 최악은 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어떤 정책을 펼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즉답을 피했다.

미국의 대선에 대해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다고 해도 샌더슨의 지지층이 힐러리를 싫어해 이들이 트럼프를 지지할까 봐 우려스럽다"며 "트럼프는 영리하게도 좌파나 우파의 색깔 없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미국은 실제로는 중산층의 소득이 늘고 있지만, 체감을 못 하고 있고 언론에서도 소득이 줄고 있다고 틀리게 말해 분노를 일으키는 등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고 불만을 말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최근 미국 경기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은 연간 2.5%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고용도 완전 고용 상태이며 물가 상승률도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면 2% 수준으로 기대만큼 성장하고 있다"며 "견실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의 리스크로는 단기적으로는 계속되는 저금리 상황을 꼽았고 장기적으로는 재정적자를 지적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지난해 금리를 올리면서 올해 금리를 4번 올릴 것으로 전망했지만 아직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고 6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라며 "지금 같은 완전 고용 상태에다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가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금리를 올리면 현재 과열된 자산가격이 내려가 손실이 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겠지만, 지금의 초저금리가 계속되면 리스크는 더 커질 것"이라며 "다시 위기가 왔을 때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3.5%까지는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 리스크로 꼽은 재정적자에 대해서는 "지금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수준이고 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비율도 70% 수준이지만 10년 뒤에는 재정적자는 4.9%로 2배 증가하고 연방정부 부채비율도 85% 수준으로 100%에 근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차기 행정부의 숙제"라며 "재정 적자율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 연방정부 부채비율은 50%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 가치를 낮춰서 수출을 늘리려 하지만 유럽은 주로 유럽 내에서 무역이 이뤄져 효과가 미미하다"며 "유럽은 실업률이 높고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낮지만, 정책 전략은 없어 안타깝고 심각한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은 국영기업의 공급자 측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해 보인다"며 "과잉 설비나 부실채권, 금융권 부채 등에 대해 대처하겠지만, 중국 정부는 재정의 여유가 있어 정부가 부채를 흡수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일본의 상황에 대해서는 "현재 일본의 경제는 번영한 수준이지만 시한폭탄이라 부를 수 있는 부채 수준은 높고 이에 대한 전략은 없어 우려스럽다"고 했고 인도에 대해서는 "지금도 성장률이 높지만, 토지개혁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실적으로 보면 개선 여지는 있지만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잘하고 있다"며 "과거보다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