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진정한 통합 필요" 트럼프 "전대의장 그대로 했으면 좋겠다"
정책노선차 극복 험로…부시 부자와 롬니는 여전히 '지지불가' 고수


'대선후보 트럼프'를 둘러싼 미국 공화당의 갈등이 수습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이 사실상 대선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거부하고, 이에 맞서 트럼프가 라이언 의장을 오는 7월 전당대회 의장직에서 끌어내리겠다고 압박하면서 적전분열 양상을 보였으나, 두 사람이 화해 제스처를 취하면서 외견상 일단 갈등이 봉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라이언 의장은 11일(현지시간) 당 지도부 회동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을 꺾으려면 당이 단합해야 한다"며 당의 '진정한 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트럼프와의 12일 첫 회동에서도 화합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언 의장은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한 인터뷰에서도 "쪼개진 우리 당의 상태를 알면서도 화합한 척해서는 안 된다.

화합된 것처럼 시늉하지 않고 실제로 화합해야 한다"며 12일 회동을 당 화합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자신의 '트럼프 지지 불가' 발언에 대해 "후보가 너무 갑자기 확정된 까닭에 이성적 사고와 관계없이 충동적으로 나온 반응이었다"는 해명도 했다.

라이언 의장은 앞서 지난 5일 CNN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으며 그럴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고 말해 안 그래도 팽배하던 당내 '반(反)트럼프' 정서를 더욱 자극한 바 있다.

라이언 의장의 화해 손짓에 트럼프도 흔쾌히 화답했다.

트럼프는 전날 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솔직히 나는 라이언 의장이 전당대회 의장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라이언 축출' 시나리오를 철회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라이언 의장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계속 거부하면 대선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전당대회 때 하원의장이 대회를 주재하는 관례를 깨고 라이언 의장을 배제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일단 한 발짝씩 물러선 트럼프와 라이언 의장은 12일 미 의사당에서 열리는 첫 회동에서 실질적인 화합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류와 아웃사이더의 시각차만큼 각종 공약을 둘러싼 노선 차이도 극명해 진정한 화합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을 다시 뭉치고 수리하는 데 최소 일주일은 더 걸릴 것이다"(WSJ 인터뷰), "처음부터 아주 큰 기대를 갖고 회동에 임하는 것은 아니다"(WBEL 인터뷰)는 라이언 의장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라이언 의장은 인종과 종교, 여성차별 등 막말에 가까운 트럼프의 분열적 발언에 대한 당내 우려와 거부감을 전달하는 동시에 공화당의 기조와 반대로 가는 트럼프의 공약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라이언 의장의 우려와 권고를 받아들여 타협의 자세를 보일지, 아니면 그럼에도 계속 '마이웨이' 행보를 고집할지가 관건이다.

트럼프는 현재 공화당이 찬성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폐기를 주장하는 등 무역정책은 물론이고 재정, 이민, 복지, 외교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공화당의 기조와는 선명한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 2012년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여전히 트럼프 지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의 완전한 통합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최근 비공개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트럼프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8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자를 선출한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며, 그들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본다. (트럼프가)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며 사실상 트럼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