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계개선 신호 보냈지만 즉각적 관계개선은 난망"
최룡해 특사외교 가능성도 주목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등으로 극도로 경색된 북·중 관계가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다소나마 개선될지 주목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는 9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 노동당 위원장 취임을 축하하는 등 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한 손짓을 보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김 위원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뒤 "전통적인 중조(북·중) 친선은 두 나라 공동의 귀중한 재부", "중국 당과 정부는 중조(북중)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는 등의 표현으로 '북한 중시' 메시지를 잇따라 전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지난 6일 제7차 노동당 대회 개막을 계기로 보낸 축전에서는 김정은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시 주석이 직접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낸 것은 관계 개선의 의지를 좀 더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서는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하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를 북한이 수용한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이 김정은 동지라는 표현은 쓰지 않은 데다 '중조(북·중) 양당'이라는 표현도 빠져 일종의 의례적 축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10일 "이번 축전은 공산권 국가 간에 주고받는 의례적인 것에 가까워 보인다"면서 "동지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상당한 함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시하며 초강경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과 전면적인 이행을 주도했었다.

이를 감안하면 시 주석이 북·중 관계의 추가악화를 방지하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북·중 관계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축전 발송 사실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건강하고 양호하게 북·중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4번이나 핵실험을 한 데다 제5차 핵실험 가능성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정상화 수준의 관계 개선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보유국'까지 공식 선언한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한반도의 3대 원칙 중 하나로 정해놓은 중국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루캉 대변인은 이와 관련,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담판·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은 중국 측이 일관되게 견지하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모든 관련 국가들이 이를 위해 시대조류에 부응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10일 이런 중국의 태도를 고려해 보면 "시 주석이 축전을 발송했다고 북·중 관계가 바로 개선될 것으로 보는 것은 단기적인 시각 아니겠느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시 주석의 축전은 한반도의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6자회담 등 북핵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축전에서 "본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북한 측과 함께 노력하길 희망한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 노력을 강조했다.

북한 역시 노동신문에 시 주석의 축전 발송 사실을 부각시키고 중국과의 특사 외교 경험이 있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하는 등 대중 외교를 중시하는 메시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로 2013년 5월 중국에 파견돼 시 주석과 면담을 했고 지난해 9월 중국의 항일전쟁승리 열병식 때도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한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실질적인 당내 2인자인 최룡해가 다시 정치국 상무위원이 됨으로써 앞으로 더욱 높아진 위상을 갖고 중국에 대한 특사외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북·중 관계가 대폭으로 개선되려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얼마만큼의 성의를 보이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추가적인 전략적 도발을 감행하면 북·중 관계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겠지만, 북한이 핵 문제에 성의를 보인다면 북·중 관계의 개선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중이 앞으로 비핵화 문제는 다소 미뤄두더라도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양국관계를 개선해 나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 실장은 "중국과 북한이 노동당 7차 대회를 계기로 화해 제스처를 보임으로써 향후 중국의 대북제재가 완화되고 북·중 관계가 서서히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국 정부도 이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이준삼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