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한미 군사활동 자제' 요구한 듯…언론성명 무산 가능성
외교부 "러시아가 이견"…북한 도발 억제-대북공조 우려도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추가도발 우려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북한의 무수단(BM-25)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의 언론성명 채택이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북한의 무수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당일 안보리는 '비공식 협의'를 개최,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북한의 잇따른 무수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실패로 끝났지만 북한의 추가 전략적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대면 회동을 한 데 이어 언론성명을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그러나 안보리 언론성명 채택은 2주가 다 돼가는 9일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북한이 지난달 23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현지시간으로 24일, 같은 달 15일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현지시간으로 15일 안보리가 각각 신속히 언론성명을 채택한 것과 상당히 대비되는 장면이다.

이번에는 러시아가 존재감을 과시하며 언론성명 내용과 관련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주문하면서 채택 여부조차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언론성명은 안보리 비공식 협의 직후 신속히 채택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러시아 변수로 제동이 걸렸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2일 "(한반도) 역내의 증강된 군사 활동 수위를 낮출 것을 관련국들에 요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안보리 성명에 한미 양국의 군사활동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측은 안보리 언론성명에 북한의 무수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규탄과 함께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또는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정당한 방어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해온 만큼 러시아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언론성명 채택 불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언론성명 채택 지연에 대해 "러시아가 북한과 무관한 이유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러시아 측의 이견 내용에 대해서는 "안보리 내에서 다양한 사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사안을 명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북한의 무수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당일 유엔 안보리가 비공식 협의를 개최한 것을 거론하며 "중러를 포함한 안보리 이사국들이 북한의 도발행위 지속을 엄중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안보리 이사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의 이 같은 태도가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 억제와 관련해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북한의 추가도발시 대북공조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는 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한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과정에서도 막판에 제3국산 석탄의 북한 나진항 경우 수출 등 대북제재에 대한 예외를 요구해 이를 관철했으며, 이에 따라 결의 채택을 추가로 지연시킨 바 있다.

대북제재나 규탄 과정에서 늘 이목을 집중 받는 중국을 의식해 러시아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해석과 함께 한미의 사드 배치 논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대러 제재 등을 염두에 둔 러시아 측의 계산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