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출신 여성의원·여당 후보 막판 역전극 기대
독재자 마르코스 아들 부통령 될지도 관심
투표 개시 앞두고 마닐라 외곽서 총기 난사 7명 사망


'막말' 선두 주자의 당선 여부에 관심이 쏠린 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9일 실시됐다.

총선,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이번 3대 선거에서 정·부통령, 상원의원 12명, 하원의원 297명, 주지사 81명 등 총 1만8천여 명의 공직자와 의원을 선출한다.

유권자는 5천436만 명으로 이날 오전 6시(현지시간)부터 오후 5시까지 자신이 등록한 지역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선거 결과는 이르면 투표 마감후 24시간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임기 6년의 16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잇단 막말로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는 야당 PDP라반의 후보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이 대권을 잡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여론조사업체 SWS가 지난 1∼3일 유권자 4천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두테르테 시장 지지율이 33%로 1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무소속의 그레이스 포(47) 여성 상원의원이 22%, 집권 자유당(LP)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58) 전 내무장관이 20% 순이었다.

다른 여론조사업체 펄스아시아가 4월 26∼29일 한 조사에서도 두테르테 시장 지지율이 33%로 다른 후보들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두테르테 시장은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며 대통령 취임 6개월 내 범죄 근절을 약속, 기성 정치와 범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마약상과 같은 강력범 즉결 처형 등 초법적인 범죄 소탕으로 다바오시를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 '징벌자'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욕설과 여성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현 정부와 인권단체 등이 독재 정치를 할 대통령 부적격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제안한 포 의원과 로하스 전 장관의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가운데 이들 후보는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하며 역전극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두테르테 시장 측은 정부 여당의 막판 금권 선거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부통령 선거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58) 상원의원과 레니 로브레도(52) 여성 하원의원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SWS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과 로브레도 의원의 지지율이 각각 29%, 28%로 오차범위(±1%) 안에 있었다.

필리핀에 만연한 범죄와 빈곤, 부패를 퇴치하기 위해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두테르테 시장과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의 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법보다 '주먹'을 우선시하는 두테르테 시장과 마르코스 전 대통령 계엄시절 인권 유린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는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당선되며 '독재의 부활'과 다를 바 없다는 반발 여론도 일고 있다.

이들이 권력을 잡으면 정국이 긴장되고 찬반 세력 간에 갈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후 30여명이 선거 관련 폭력이나 테러로 숨진 것으로 경찰은 집계했다.

이날 투표 개시를 몇시간 앞두고 수도 마닐라 외곽 카비테주 로사리오시에서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7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희생자 가운데 2명은 현 로사리오시장의 지지자로 알려졌다.

또 남부 라나오 델 노르테 주에서는 투표소로 지정된 한 학교가 괴한의 방화로 불 탔다.

경찰과 군은 선거일 폭력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경비를 강화했지만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랐다.

(마닐라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