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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시장에 파키스탄인 버스운전사의 아들인 노동당 후보 사디크 칸(46·사진)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가 취임하면 최초의 ‘무슬림 런던시장’이 된다.
영국은 지난 5일 런던·리버풀·브리스톨 시장 등과 스코틀랜드·웨일즈·북아일랜드 의회 의원, 잉글랜드 지역의원 등을 선출하는 지방선거를 치렀다. 6일 오전 8시부터 개표를 시작해 오후 2시30분 기준(개표율 80% 이상) 칸 후보가 상위 2명만 남는 1, 2순위 합계 투표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57% 가량을 얻어 당선이 확실하다고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경쟁자인 잭 골드스미스 보수당 후보는 1, 2순위 합계 투표를 기준으로 43%를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칸 후보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난 8년간 시장으로 재직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런던에 감사한다”며 시장 직을 내려놓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승리가 확실시되자 칸 후보 측은 가디언에 그의 당선이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승리로 해석되지 않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코빈 대표의 ‘강성’ 이미지가 칸 후보에게 덧씌워질까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칸 후보와 골드스미스 후보의 대결은 영국판 ‘금수저 대 흙수저’였다. 보수당 골드스미스 후보는 유태인으로 재벌 가문 출신이다. 12억파운드(약 2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
반면 노동당 칸 후보는 그가 뱃속에 있을 때 영국으로 건너온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모두 일을 했기 때문에 그도 어린 나이부터 여름철엔 건축현장에서 일하곤 했다. 치과의사가 되려다 교사의 권유로 노스런던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이어 인권 문제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런던 지역의원을 지냈다. 2008년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그를 지방정부 및 커뮤니티 담당 부처의 장관으로 임명했다. 교통부 장관으로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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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시 투표 시스템은 후보자가 3명 이상일 경우, 유권자들이 1순위 지지자 외에 2순위 지지자도 적어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순위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있으면 그가 승리하지만, 아무도 50%를 넘지 못하면 상위 2명의 후보에 대한 2순위 득표 수를 헤아려 1순위와 더해서 승부를 낸다. 상위 2명에 들지 못한 나머지 후보에 대한 2순위 득표는 세지 않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런던 시장 개표상황>
https://www.londonelects.org.uk/im-voter/election-results/live-count-progress-2016?contest=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