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이른바 '명예 살인'이라는 명목으로 또다시 10대 소녀가 잔혹하게 살해됐다.

6일 현지 일간 돈(DAWN)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 주 경찰은 아보타바드 갈리아트 마콜 마을에서 16세 소녀 암브린을 살해하고 시신을 불에 태운 혐의로 이 마을 원로회의(지르가) 구성원 13명과 이들에게 협조한 암브린의 모친을 체포했다고 전날 밝혔다.

암브린은 자신의 친구가 스스로 원하는 결혼을 하기 위해 애인과 마을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이유로 지난달 28일 지르가에 회부돼 사형결정을 받고 살해됐다.

지르가는 암브린이 마을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추후에 다른 도피 행각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며 이같이 일을 벌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지르가 구성원들이 대테러법원에서 재판받을 것이라며 이들에게 "일벌백계"로 엄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1천96명의 여성이 가족이나 지역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살해됐다.

하루에 3명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되는 셈이다.

지난달 말 남부도시 카라치에서는 외간남자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오빠가 17세 여동생을 흉기로 살해했다.

3월에는 부모의 뜻을 어기고 결혼해 북와지리스탄에서 카라치로 도피해 살던 20대 부부가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명예 살인'의 심각성에 대해 파키스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올해 2월 명예살인 문제를 다룬 파키스탄 여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상 단편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하자 이 영화를 관람한 뒤 "정부는 명예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행위를 막기 위해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야당인 PTI 소속 샤우카트 유사프자이 의원은 "명예살인은 우리 지역의 문화가 아니다"면서 "잔인한 살인을 명령한 이들에게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