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규제 혜택 노린 듯…권력다툼때 피해 방지목적도"

조세회피 폭로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연루된 중국 공산당 전·현직 상무위원들의 친인척이 홍콩 신분증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명보(明報)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의 며느리 구리칭(賈立靑), 장가오리(張高麗) 상무위원의 딸 장샤오옌(張曉燕) 등 전·현직 상무위원들의 친인척 7명이 홍콩 신분증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4일 보도했다.

구리칭과 장샤오옌 이외에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리샤오빙(栗小兵)과 남편 위이핑(兪一平),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少林), 자칭린(賈慶林) 전 상무위원의 사위 리보탄(李伯潭) 베이징자오더(昭德) 이사장과 리 이사장의 딸 리쯔단(李紫丹)도 홍콩신분증을 소유했다.

리쯔단이 미국 스탠퍼드대학 재학 시절 조세 회피처에 역외기업을 설립한 것으로 지난달 드러났으며, 그의 부친인 리 이사장이 역외기업을 세운 사실도 이번에 공개됐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파나마 페이퍼스에 등재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매형 덩자구이(鄧家貴)도 홍콩신분증을 취득했다.

중국 전·현직 상무위원들의 친인척이 홍콩신분증을 취득한 것은 사업상 편의 이외에도 정치적인 목적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의 시사평론가 조니 라우(劉銳紹)는 "이들의 홍콩 신분증 취득은 홍콩이 중국보다 세제도 덜 복잡하고 규제도 덜해 사업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이 커 보인다"면서도 "중국보다 비자 면제 국가가 많은 홍콩의 여권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인 1980∼1990년대 정보수집이나 홍콩 주권반환에 따른 정국 불안 방지를 위해 도움을 얻으려고 중국이 본토인들을 홍콩에 보내 홍콩인이 되도록 한 적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중국 지도부 내 권력 다툼에 따른 피해가 생길 것에 대비해 중국 고위층 친인척들이 중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홍콩의 신분증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인 응안인렁(顔延齡) 비바마카오항공 설립자는 자신의 일가가 2000년대 중반 설립한 역외기업 2곳의 등록을 위해 싱가포르 국적을 획득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이외에 정협 상무위원인 리카킷(李家傑) 홍콩 헨더슨(恒基兆業) 부동산그룹 부회장도 역외기업 설립을 위해 영국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중국 국적법은 '외국 국적의 중국 공민은 자동으로 중국 국적이 상실된다'는 규정으로 이중국적을 허용치 않고 있다.

마카오 시사평론원 래리 소는 "많은 정협 위원이 국적을 하나 이상 갖고 있다"며 "이들은 당국이 신경 쓰지 않는 한 국민에게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