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관계 진단하며 정제되지 않은 표현 쏟아내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가 한동안 뜸했던 막말 모드를 상승세와 함께 재가동했다.

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인디애나 주 포트웨인 유세에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론하며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계속 강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경선 과정에서 환율 조작 등을 통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이점을 챙긴다고 수차례 주장했지만 '강간'(rape)이라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우리는 강도질을 당하고 있는 돼지 저금통과 같다"며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많은 카드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 중국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며 미국 경제를 "극도로 경쟁력이 떨어지게 한" 미국 지도자들에게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의 '중국 성폭행' 발언은 프로복싱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지지와 맞물려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타이슨은 공교롭게 트럼프의 유세 현장인 인디애나 주의 호텔 방에서 18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6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트럼프의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타이슨이 트럼프를 '터프 가이'라고 한 것을 두고 "성폭행범들은 터프 가이가 아니라 겁쟁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가 저속한 막말로 비난을 받은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는 경선 초기 멕시코를 성폭행범에 비유하며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시간 주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는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버락 오바마에게 패한 사실을 거론하며 "클린턴이 이길 판이었는데 오바마에 의해 깨졌다(got schlonged)"고 말했다.

'슐롱'(schlong)은 남성 성기를 뜻하는 속어로 당시 트럼프가 동사형으로 바꿔 사용했다.

트럼프는 여성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작년 8월 공화당 대선후보 첫 TV 토론회에 나선 트럼프는 자신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한 폭스뉴스의 여성 간판 앵커 메긴 켈리를 '빔보'(bimbo)라고 불러 비난을 받았다.

빔보는 외모가 매력적이지만 지성적이지 않은 여성을 깎아내리는 비속어다.

트럼프는 현재 민주당 대선의 유력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냥해 트위터에 "힐러리 클린턴은 남편도 못 만족시켰는데 과연 미국을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