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 경제의 발전 방향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벅셔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 버핏은 30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 경제가 수백년에 걸쳐 옳은 방향으로 발전했다”며 “어떤 대통령 후보도 그것을 끝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개적으로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해온 버핏은 이날 주총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 기업이 망가질 리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버핏은 “미국 기업은 지난 수백년 동안 특출할 정도로 잘해왔다”며 “앞으로 계속 잘해나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어 “50년 후에도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경제 낙관론을 펼쳤다.

버핏은 또 성공적 투자의 핵심은 다른 사람을 시샘하지 않는 것이라며 자신만의 투자 방식을 추구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주식투자는 여러 종목을 갈아타는 것보다 소극적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이 낫다”며 “주식투자로 잭팟을 터뜨렸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절대 부러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이날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투자 능력보다 판매 기술로 훨씬 더 많은 돈을 번다”며 월가에 대한 기존의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헤지펀드는 통상 운용자산의 2%, 수익의 20%를 성과 보수로 챙긴다. 수많은 헤지펀드가 지속적으로 뭔가를 사도록 추천하면서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챙기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버핏은 “수많은 헤지펀드 매니저가 결함이 많은 보상체계 때문에 단지 숨 쉬는 것만으로도 보수를 챙긴다”며 “일부 연기금은 자신의 조언을 묵살하고 헤지펀드에 돈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버핏은 빌 애크먼 등 행동주의 투자자를 먹잇감을 노리는 ‘상어’에 비유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버핏은 벅셔해서웨이가 약 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코카콜라에 대해선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평소 체리콜라를 즐기는 그는 “먹었을 때 행복해지는 음식으로 하루 2600~2700㎉를 얻고 있는데, 내가 갑자기 (콜라 대신) 물로 바꿨을 때 100세까지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코카콜라는 ‘설탕음료’ 이외에 많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한다”며 코카콜라가 세계적으로 비만과 당뇨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