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강국 이끄는 산업용 로봇

부엌 싱크대 만드는 중소기업, 로봇 9대가 근로자 140명 대체
인건비 치솟고 노동 인구 감소…로봇 가격은 2년새 35% 떨어져
판매량 6년새 11배 '껑충'
하루에 부엌 싱크대를 1500여개 제조해 유럽과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 광둥성의 중소기업 잉아오싱크는 4년 전 로봇을 도입했다. 9대의 로봇 팔은 광속으로 회전하며 싱크대에 광을 냈고, 컴퓨터와 연결된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불량이 없는지 확인했다.

천충한 잉아오 부공장장은 “사람 140명분의 일을 거뜬히 해낸다”며 “로봇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9대의 로봇을 구입하는 데 300만달러(약 34억원) 넘게 들었지만 높은 인건비를 생각하면 더 싸게 먹힌다는 설명이다. 기름과 금속가루 범벅인 열악한 근무 환경 탓에 잉아오는 광둥성 평균 임금인 월 4000위안(약 70만원)보다 두 배 많은 돈을 직원들에게 주고 있다.

중국에서 노동혁명이 진행 중이다.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남동부 해안의 제조업벨트를 따라 수천개의 기업이 산업용 로봇을 도입해 자동화하고 있다”며 “수천명의 직원이 기다란 컨베이어벨트에 달라붙어 바쁘게 조립하던 공장 풍경도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로봇 일꾼' 중국 공장 침투 빨라졌다

○인건비 오르는데 로봇값은 떨어져

중국은 그동안 로봇이 별달리 필요하지 않았다. 노동가능인구는 10억명이 넘었고, 노동임금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국제로봇협회(IFR) 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2014년 ‘노동자 1만명당 보유 로봇 대수’(로봇 밀도)는 36대에 불과했다. 세계 1위 한국의 478대를 비롯해 일본(314대)과 독일(292대) 등 주요 제조 강국보다 한참 모자랐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에서 팔린 산업용 로봇은 2009년 5525대에서 작년 6만6000대로 급증했다. FT는 “전체 수량으로 따지면 올 연말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보유국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가구 한자녀’ 정책과 높은 경제성장으로 인건비가 치솟고 노동인구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급히 한자녀 정책을 폐기했지만 중국의 노동가능인구는 현재 약 10억명에서 2030년 9억6000만명, 2050년 8억명으로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로봇 도입에 적극적인 것이 중국 노동혁명의 특징이다. 2014년 로봇을 도입한 가구업체 샹핀홈컬렉션은 인력을 20% 줄이고도 생산량을 40% 늘렸다.

리강 공장장은 “고객이 주문하는 침대와 옷장 등은 저마다 크기와 모양이 달라 사람이 자를 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반면 로봇은 설계도면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공정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는 것도 중소기업이 로봇 도입을 늘리는 이유다. 2010년엔 평균 산업용 로봇 가격이 46만3000위안(약 8100만원)이었다. 올해는 33만2000위안이면 된다. 같은 기간 노동자 평균 연봉은 3만1000위안(약 544만원)에서 6만위안으로 올랐다. 씨티그룹은 “로봇 도입에 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2010년엔 5.3년이었지만 올해 1.6년, 내년엔 1.3년으로 단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들도 자체 로봇 개발

중국의 산업용 로봇시장 규모는 판매량 기준으로 지난해 6만6000여대에서 2018년 15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그때가 되면 세계에서 팔리는 산업용 3대 중 1대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된다. 이미 세계 4대 산업용 로봇업체인 일본의 화낙과 야스카와, 독일의 쿠카, 스웨덴·스위스의 ABB는 중국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 업체가 산업용 로봇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기회의 땅’이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플라스틱 제조업체 닝보테크메이션이 지난해 세운 로봇회사 E데오더는 ABB나 쿠카보다 20~30% 싼 가격에 산업용 로봇을 판매 중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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