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뢰부족, 중국위협론 조장말라"…日 "양국, 관계개선 가속 합의" 자평
日 '중국 유커들 복수비자 발급규정 추가완화' 당근책도 제시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30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고위급 당국자들과 연쇄 접촉을 하고 얼어붙은 중일 관계의 개선 방안을 논의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도출하지 못했다.

중국 외교부가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게재한 중일 외교장관 회담 내용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일 관계가 반복적으로 곤경에 부딪히는 문제의 근원에는 일본의 역사와 대중 인식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개선 조짐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상호신뢰가 결핍돼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 관계개선을 위한 '성의', '언행일치', '실제행동'을 보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도 "당신이 진심과 성의를 갖고 중국에 온 것이라면 환영한다.

그러나 중국에는 '말을 듣고, 행동을 본다'(聽其言, 觀其行)'는 속담이 있다"며 뼈가 있는 말을 건넸다.

이런 발언은 일본의 '역사 역주행'과 중국견제 행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관계개선을 위한 정치·대중인식·경제·국제사무에 대한 이른바 '네 가지 희망·요구사항'도 제시했다.

특히 정치와 관련, 일본이 '중일공동성명' 등 기존 합의 문건을 준수하고, "진정으로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하며 중국정책을 준수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대중인식에서는 "다시는 형형색색의 '중국위협론'과 '중국경제쇠퇴론'을 퍼트리거나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반면, 기시다 외무상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과의 접촉에서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갈등을 피하고 정치적 관계개선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또 중국 측은 두 나라가 협력파트너로 상호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양국이 신뢰증진을 위해 비정치 분야 협력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고 거론하며 중국 유커들에 대한 복수비자 규정을 추가 완화하겠다는 방침도 전달했다.

그는 양측이 남중국해 문제 등의 민감한 현안도 "솔직하게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28일 "기시다 외무상은 방중 기간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확대 행보에 대한 항의를 표시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양국이 이번 베이징 접촉에서도 관계개선을 위한 어떤 의미있는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 중일 고위급 경제대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9월) 참석 등을 추진 중인 일본으로서는 중국의 호응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지만, 중국의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볼 때 순로롭게 추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것이다.

기시다 외무상은 이날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 중국 권력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도 회동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만나지 못했다.

양 국무위원은 이날 "중일관계 개선의 추세는 전반적으로 여전히 미약하고 복잡하다"며 일본의 실제 행동을 강조했고, 리 총리는 "양국이 책임감을 강화하고, 지금의 (관계)개선 추세를 유지하며, 양자 관계를 정상궤도로 되돌리는 임무를 떠맡아야한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상의 방중은 국제회의 참석 계기를 제외하면 4년 반 만에 성사된 것이며, 중국의 '넘버2'(리커창)를 만난 것도 역시 4년 반 만의 일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