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가디언, 트럼프 외교정책의 모순과 과장 조목조목 비판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권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7일(현지시간) 내놓은 외교정책 비전에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예전부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한 주장을 쏟아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럴 우려가 있어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이날 '사실 점검: 진실한 과장법'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연설의 진위를 하나하나 짚었다.

트럼프는 그동안 허위 사실이라는 지적이 나오면 자신은 '진실한 과장법'을 구사한다고 항변하곤 했다.

첫 번째 검증 대상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리비아 원유로 천문학적 달러를 벌어들이지만 미국이 폭격은커녕 손을 놓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AP는 IS가 리비아 유전을 장악할 우려가 있지만 천문학적 자금을 만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리비아에 있는 IS 하부조직이 지역 일부를 장악하고 원유시설을 공격한 적이 있지만 의미를 둘 만한 양의 원유를 팔아넘기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IS가 리비아 원유로 바로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원유시설에 대한 공격은 리비아 경제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밝혔다.

다음 검증 대상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 행정부가 이집트에서 '무슬림 형제단'의 집권을 밀어줬다는 주장이다.

AP는 맞는 면도 있고 틀린 면도 있다고 판정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오랜 동맹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버리면서 이집트에서 가장 잘 조직된 야권 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이 득세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무슬림 형제단의 정권 획득을 직접 도운 적은 없다.

미국 정부는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인 무슬림 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와 협력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나중에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됐으나 오바마 정부는 이를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AP가 밝힌 사건의 전말이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6개국과 이란이 체결한 핵 합의에 대한 견해도 AP의 검증 대상이 됐다.

트럼프는 "이란이 합의서에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행조건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AP는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제재에서 벗어나기로 한 핵 합의안에서 요구하는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일단 판정했다.

그러면서 참고로 덧붙일 얘기가 있다며 이란이 최근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시험하지 못하도록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핵탄두와 관련 없는 미사일 발사 시험이라며 핵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미국 정부도 이란이 유엔 안보리 결의는 위반했을지언정 핵 합의를 깬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고 AP는 부연했다.

AP는 트럼프가 주장한 미국의 무역적자 과장 논란도 진위를 검증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제조업 분야에서 보는 적자가 연간 1조 달러(약 1천14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P는 작년 무역적자가 7천590억 달러인 만큼 1조 달러는 과장이며 1조 달러에 곧 도달할 것 같지도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날 트럼프가 발표한 외교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분석기사를 통해 그 자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순점이 발견된다며 사례 10가지를 지적했다.

가디언은 첫번째로 트럼프가 이란을 영원히 변하지 않을 적으로 규정하며 이란 핵합의를 비난하면서도 나중에는 "옛날의 적이 친구가 되고 옛 친구가 동맹이 될 때 우리는 항상 기쁘다"라는 말을 꺼냈다고 꼬집었다.

두번째로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우방을 실망하게 한다고 비난하다가 자신은 불쑥 안보비용 무임승차론을 제기해 오히려 동맹들을 불안하게 했다고 가디언은 밝혔다.

또 트럼프가 다른 국가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미국의 개입을 두고 불분명하고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다가도 뒤이어 미국이 동맹들과 함께 서구 가치와 제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모순 중 하나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