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북정책 기조 유지속 대화 모색 가능성도
한·미FTA 지지하되 TPP는 반대…한인사회 전폭적 지지

"데이 원(집권 첫날)부터 위험한 북한을 다룰 수 있는 경험과 판단을 지닌 대통령이 필요하다"(힐러리 클린턴 1월6일 성명).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미국 주요인사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친한파'다.

한·미동맹과 양국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현안도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뒤 가장 먼저 방문한 국가가 한국인 데다가, 재임기간에 무려 다섯 차례나 한국을 찾은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직 한·미관계와 한반도 현안에 대한 클린턴의 공식 정책공약은 제시되지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적 틀과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 "북한 핵·미사일 도발 계속땐 고립화" = 클린턴은 2009년부터 4년간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북한 문제를 직접 다뤄본 경험이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겪어봤고 북한과 2·29 합의를 시도했다가 무산되는 상황도 경험했다.

그만큼 북한 문제가 복잡하고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클린턴이 본선에서 이겨 실제 대통령이 됐을 경우 어떤 대북 정책을 펼지 지금으로는 예단하기 힘들다.

다만,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기 전까지 압박을 유지해나가는 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유지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1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목표는 세계를 협박해 그 불량정권에 가해진 압박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깡패짓에 놀아나거나 굴복할 수 없고 대신 핵을 앞세운 벼랑끝 전술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고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4년 6월 20일 펴낸 회고록 '힘든 선택'에서는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완전히 핵무기를 제거하는 경우 관계정상화와 경제·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고립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클린턴은 지난해 6월 3일 대선 출마후 첫 정책연설에서 "북한은 이란, 러시아와 함께 전통적 위협(traditional threat)"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클린턴은 6자회담 내에서 북한에 대한 포위·압박구도를 강화하는 '5자 공조'를 강화하고, 특히 중국과의 역할 분담에 강조점을 둘 것으로 예측된다.

클린턴은 지난 2월 6일 제5차 민주당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국 서부나 하와이를 사정거리로 두는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음을 잘 안다"며 "역내 지역국가들과 함께 북한을 고립시키고 차단하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1월 6일 성명에서 "중국은 북한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며 북한이 국제적 합의를 지키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북한이) 수소폭탄을 가진 게 사실이라면 중국에도 역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행위를 자제하고 유화적인 태도로 나올 경우 적절한 형태로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클린턴으로서는 북한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풀어낼 경우 임기 중 중요한 레거시(업적)를 남길 수 있다.

현재 클린턴 캠프 내에서 활동 중인 빌 번즈 전 국무부 부장관이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 등은 기본적으로 대화와 협상에 유연한 인물들로 평가되고 있다.

셔먼 전 차관의 경우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포괄적 대북접근 기조인 '페리 프로세스'를 입안하는 데 직접 관여하기도 했다.

◇ 한·미FTA 지지…TPP에는 반대 = 클린턴은 기본적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지한다.

양국 산업의 활성화와 시장의 확대, 일자리 창출 면에서 윈-윈 효과를 가져오는 자유무역협정은 미국 경제에 어떤 식으로든 유익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온 다자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 중서부의 '러스트 벨트'(쇠락한 제조업 지대)를 중심으로 반(反) 무역 정서가 의외로 강한 탓이다.

클린턴은 지난 2월 23일 포틀랜드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새로운 무역협정에 대해 높은 빗장을 세워야 한다"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상승시키며 국내 안보를 증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TPP가 이 같은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에 반대했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모든 협정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지난달 6일 8차 민주당 토론회에서 TPP를 조기에 반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TPP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안 후에 반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주목할 대목은 클린턴이 '중국 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이다.

클린턴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시장경제국가로서 인정받고 싶다면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며 "수천 개의 국영기업과 거대한 규모의 정부 보조금, 산업비밀을 훔치려는 조직적인 노력, 그리고 법을 무시하는 행태는 시장경제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대(對) 중국 압박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상황에 따라 한국 경제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 "한인사회 위한 후보"…자영업 지원·이민정책 주목 = 클린턴은 미국 내에서 소수인종으로 분류되는 한인사회에 높은 관심과 공감을 표시하고 있는 대선 주자로 평가된다.

특히 자영업자 지원과 시민권 문호 확대, 의료보험 개선, 공정 임금체계 확립 등 한인사회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공약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인사회의 주류가 클린턴을 지지하고 있다는 게 한인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경선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한인 자원봉사조직이 결성돼있는 것은 클린턴뿐이다.

클린턴을 지지하는 한인 풀뿌리 자원봉사조직인 '코리안 아메리칸스 포 힐러리'(KA-HILL)은 리더그룹 50명에 자원봉사자가 200명 규모이지만, 한인사회의 정치적 기대주들이 대거 몰려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