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작?…보이지 않는 CEO…신차개발부장 2명 퇴직

미쓰비시자동차가 경차의 연비를 속였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미쓰비시차는 10여년 전에도 리콜 은폐 사태로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일본 내 여론도 심상치 않다.

미쓰비시차 스스로 폐업할 것을 권유한 여론까지 등장했다.

정부나 경제계로부터도 질책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주가도 폭락했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차의 브랜드 가치는 다시 크게 훼손될 것이 분명하다고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이와 맞물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3가지 수수께끼가 부상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 연비조작 주도 '성능실험부'는 하수인?

이번 연비 조작 사태의 핵심은 연비 산출의 전제가 되는 '공기저항치'를 계산할 때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자신에게 편리한 실험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골라냈다는 점이다.

회사측은 그 실행범으로 성능실험부를 지목했다.

나카오 류고 부사장이 20일 기자회견에서 "성능실험부장이 '부정 지시를 했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행범이 하수인 격인 성능실험부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부정을 지시한 윗선의 흑막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 근거는 경차 연비 성능을 둘러싼 살벌한 경쟁 환경이다.

일본에서 경차는 다이하쓰공업과 스즈키라는 양강이 연비 경쟁을 고조시켰다.

한때는 0.1㎞ 단위까지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경합할 정도로 뜨거웠다.

양강에 도전하는 미쓰비시차로서도 연비경쟁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이 있었다.

닛케이도 이런 압박감이 이번 조작의 배경이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신차 연비 향상에 책임질 곳은 성능실험부가 아니고 신차개발 담당 부문이다.

개발 담당자들이 자동차부품의 경량화나 마찰이 적은 차체 설계를 비롯해 연비향상을 위한 여러가지 연구를 하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어떠한 경우라도 성능실험부에서 자발적으로 연비를 조작할 동기가 약하다고 지적하면서 부정행위를 지시 내지 시사한 윗선이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 CEO는 왜 회견에 불참? 부장급 2명 의문의 퇴직



두 번째 의문은 20일 회견 때 최고경영자(CEO)의 부재다.

회견에 참석한 아이카와 데쓰로 사장은 미쓰비시차의 최고집행책임자(COO)였다.

CEO는 미쓰비시상사 출신의 마스코 오사무 회장이지만 큰 불상사에 그가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마스코 회장은 미쓰비시차의 사장이 된 직후인 2005년 3월 국토교통성 기자클럽 회견에 참석해 리콜 은폐에 격분하는 참석자들을 납득시킨 경력이 있다.

그 정도로 소통(커뮤니케이션)의 명수가 왜 이번 회견에는 부재였는지 의문을 남긴다.

세 번째 의문은 작년 11월에 일어난 '사건'이다.

신차개발을 담당했던 담당 부장 2명이 개발 작업의 지연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서 본인들의 선택에 의해 퇴직하는 형태로 '유지(諭旨)퇴직처분'을 받았다.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징계로 비쳐졌다.

일본에서 노동계약 해제의 한 형태로 실시되는 유지퇴직처분은 권고사직과 비슷하다.

징계해고와 유지해고에 다음가는 높은 수준의 사원 징계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퇴직금은 본인에게 유리한 형태로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닛케이는 "미쓰비시차 조직 안에서 소통의 단절 같은 불통사태가 일어났던 것은 아닐까"라고 징계 배경을 추론했다.

현재 미쓰비시차 연비조작에 대해서는 외부전문가에 의한 제삼자위원회가 구성돼 진상규명에 나서고 있다.

닛케이는 부정의 배후 관계와 연비조작의 진상에 대해 상세하게 밝혀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