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00여개 일본 상장사의 10대 주주가 됐다는 보도다. 일본은행이 2010년 말부터 금융완화 수단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이기 시작한 뒤 개별 상장기업 지분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4년 10월 매입 규모를 연간 3조엔어치로 늘려, 올 3월 말 현재 일본은행의 ETF 보유 규모는 8조6000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ETF 매수 규모를 연간 7조엔으로 늘릴 가능성까지 있어, 이렇게 되면 일본 상장사 40개(골드만삭스 추정)~ 90개(HSBC 추정)에 대해 일본은행이 최대주주가 될 것이라고 한다.

중앙은행은 정부와 독립적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주가를 올리겠다며 마치 연기금이나 대형 헤지펀드처럼 증시에 뛰어들면 금융시장의 왜곡은 필연적이다. 일본에서는 주가지수가 1% 떨어질 때마다 일본은행이 ETF를 매입하며 증시에 개입해 현지 증권가에서는 ‘1%룰’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중앙은행이 ‘큰손’이 돼 증시안정펀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닛케이225지수 구성 비중이 가장 큰 유니클로(패스트리테일링)의 지분 9%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고, 내년이 되면 21%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상장회사들이 이렇게 중앙은행의 지배하에 들어간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 없다.

일본 중앙은행의 타락이다.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도 모자라 상시로 증시에 개입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80조달러로 추정되는 세계적 투기자금이 세계를 돌며 각국 중앙은행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화정책을 펴도록 노골적인 압력을 넣는 징후가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중앙은행이 경제살리기, 금융시장 안정 차원을 넘어 이젠 주가 부양까지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정책 변화에 따라 ETF를 처분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되면 증시에 폭탄이 될지도 모른다. 중앙은행이 증시의 큰손이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금융의 비정상이다. 중앙은행의 일탈이 점점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