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산 칼데라 북서부 균열…대피소 애완견에 "사람 먹을 물도 없는데…"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의 연쇄 강진으로 적어도 4천62개 이상의 건물이 위험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마모토재해대책본부가 지진 피해가 특히 큰 현내 7개 기초자치단체의 1만1천300개 건물에 대해 응급위험도 판정을 한 결과라고 아사히신문이 25일 전했다.

이런 수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1만2천건, 1995년 한신(阪神)대지진(일명 고베 대지진) 6천476건, 2007년 니가타(新潟)현 주에쓰(中越)지진 5천243건에 이어 네번째다.

그러나 피해 조사가 진행되면서 위험판정 건물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구마모토현과 오이타(大分)현에서 발생한 주택 파손 피해는 1만1천채에 달하며, 이로 인해 6만여명이 대피 생활을 하고 있다.

구마모토시는 수천가구, 마시키마치(益城町)는 2천가구가 살 임시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다.

국토교통성은 구마모토, 오이타, 미야기(宮城), 후쿠오카(福岡), 사가(佐賀)현 등 규슈(九州) 지역의 공영 주택 192채를 이재민들에게 제공할 방침이지만 이재민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번 지진으로 구마모토현의 하천을 중심으로 제방이 무너지거나 금이 가는 피해가 최소 350건에 달하는 것으로 일본 국토교통성은 집계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지난 16일밤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오이타현 부근에서도 지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방재과학연구소는 "당시 오이타현 유후(由布)시에서는 구마모토현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16초 뒤에 진도 6 정도의 강한 진동이 관측됐다"며 "본진의 진동이 끝나지 않은 와중에 인근에서 또 다른 지진이 발생한 것은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나카타 다카시(中田高) 히로시마대 명예교수팀은 이번 지진으로 아소산(阿蘇山) 칼데라(화산 폭발로 분화구 주변이 함몰돼 웅덩이가 생긴 둥근 분지) 내의 북서부에 대규모 균열이 생긴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이번 지진을 일으킨 후타가와(布田川) 단층대의 연장선에 있는 지역이어서, 미지의 단층이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강진으로 주택이 파손되며 갈 곳이 없는 이재민들의 대피소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애완견을 둘러싼 갈등도 노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이재민이 '가족의 일원'이라며 애완견을 대피소로 데려오고 있으나 "사람이 마실 물도 없는데 개에게 먹이느냐", "애완견은 집에 두고 오는 게 어떠냐"는 구박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구마모토시 주오(中央)구의 한 동물병원은 애완견 대피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230명이 300마리의 애완동물을 맡겼다고 산케이신문은 소개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