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2% 폭락한 미쓰비시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연비조작 사태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몰리고 있다. 직접적인 손실액만 500억엔(약 5200억원)에 이를 전망인 데다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향후 판매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차의 연비조작 파문이 일본 자동차업계 신뢰도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1일 미쓰비시차의 나고야기술센터를 찾아 연비조작 관련 자료를 검사하고 관계자를 대상으로 부정행위 경위 등을 조사했다. 지난 20일 미쓰비시차는 연비를 조작해 ‘ek왜건’ ‘ek스페이스’ ‘데이즈’ ‘데이즈 룩스’ 등 4개 차종 62만5000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차의 모회사 미쓰비시중공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과 중국인 노동자를 강제징용해 노동력을 착취한 혐의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최근 배우 송혜교 씨는 전범기업이란 이유로 미쓰비시차의 중국 모델 제의를 거절하기도 했다.

이번 미쓰비시차의 연비조작 사실은 ‘데이즈’ ‘데이즈 룩스’ 모델을 미쓰비시에서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는 닛산자동차의 지적에 따라 드러났다.

미쓰비시차는 2000년과 2002년에도 결함·리콜을 은폐한 전력으로 경영위기에 빠졌다. 2000년 일본 정부의 클레임 조사 때 수백여 리콜 건을 제외한 채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문제가 됐다. 2002년에는 트럭 앞바퀴 결함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이를 정비불량으로 몰았던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연비조작 탓에 미쓰비시차 주가는 이날 하한가까지 곤두박질치며 사상 최저인 583엔을 기록했다. 전날을 포함해 이틀간 하락폭이 32%를 웃돌았다.

JP모간은 소비자와 닛산에 대한 배상금과 부품교체 비용을 포함, 미쓰비시차가 500억엔 이상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도요타자동차도 200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미 당국과 소비자에게 차량 결함을 축소·허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미쓰비시차의 연비조작 사태에 대해 “심각한 사안”이라며 “부정의 전모를 하루빨리 밝히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