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작성자 고용…"전통적인 방식 선거 전략 도입"
캠프 내부문서 전당대회서 "대의원 1천400명 확보"
공화당 최고 선거전문가 매나포트에 핵심 역할 부여


미국 대선의 공화당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캠프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뉴욕 경선에서 승리하며 한숨 돌린 트럼프는 로비스트를 영입하고 정책홍보에 집중하며 대선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켐페인 전략 수정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선거 운동이 진화하고 변하고 있는데 나도 그렇다"며 자신이 더 효율적이며 훈련된 후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말대로 그의 선거 캠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트럼프가 그동안 이민자 적대정책과 보호무역 옹호 등 분열과 대립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정책홍보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이달 2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외교정책 연설을 한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된 외교 분야에서 트럼프의 정책 비전을 엿볼 기회가 될 전망이다.

연설의 형식적인 면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예상된다.

연설 원고가 적힌 텔레프롬프터(원고표시장치)가 트럼프의 연설 현장에 등장한다.

트럼프는 그동안 텔레프롬프터 사용을 거부했다.

정제된 연설문을 위해 연설 원고 작성자도 고용했다.

텔레프롬프터와 연설문 작성자 고용은 트럼프가 과거 수차례 연설에서 즉흥적인 막말로 구설에 오른 적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텔레프롬프터가 등장하진 않았지만 전날 뉴욕 경선 승리 후 연설에서 트럼프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상대 후보에게 직설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던 모습은 사라지고 '차분 모드'로 180도 변신한 트럼프의 모습은 화제가 됐다.

변화의 중심에는 트럼프 캠프가 최근 영입한 로비스트 폴 매나포트(67)가 있다.

WSJ은 "트럼프가 전통적인 방식의 선거 전략을 채택하기로 했다"며 "캠프 조직과 스타일의 진화는 이달 초 매나포트의 도착과 함께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매나포트는 공화당 내 최고의 선거전문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제럴드 포드(1976년), 로널드 레이건(1980년), 조지 H.W. 부시(1988년), 밥 돌(1996년) 당시 후보들을 위한 전당대회 전략을 물밑에서 짰다.

트럼프 캠프의 변화는 최근 캠프에 떠돈 내부 메모에서도 잘 드러난다.

메모에는 선대본부장 코리 르완도스키가 '여기자 폭행' 논란 속에 매너포트에게 실권을 내줬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경선 시작 후 10개월간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캠프를 꾸렸지만 한계가 있다고 보고 매나포트에게 핵심 역할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7월 '중재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에서 대의원 1천400명을 확보해 1차 투표에서 승리를 결정짓는다는 캠프의 전략도 메모에 담겼다.

트럼프가 뉴욕 경선에서 압승하며 대세 후보임을 입증했지만, 경선에서 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1천237명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선 티켓에 필요한 '매직 넘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중재전대에서 중요한 변수는 '비구속 대의원'(unbound delegates)의 표심이다.

전체 대의원의 5%(100여 명)를 차지하는 비구속 대의원의 지지를 얻어 승부를 1차 투표에서 끝낸다는 게 트럼프 캠프의 복안이다.

WSJ은 트럼프 캠프가 최근 릭 와일리의 영입한 것도 비구속 대의원의 표심을 잡는 중책을 맡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일리는 공화당 경선에서 일찌감치 도중에 하차한 스콧 워커 전 위스콘신 주지사의 선거참모 출신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