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출신의 흑인 여성 운동가, 여성 참정권 운동가, 흑인 성악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새로 발행될 5, 10, 20달러 지폐의 모델로 발표한 여성 인물들은 소수자로서의 역경을 딛고 꿈을 이뤘거나 소수자 권리를 위해 투쟁한 이들이다.

여성이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지폐에 등장했고, 흑인 모델도 처음으로 미국 지폐를 장식했다.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을 뒷면으로 밀어내고 20달러 지폐 인물이 된 해리엇 터브먼(1820년경∼1913년)은 노예 출신 흑인 여성운동가다.

메릴랜드에서 노예로 태어난 그녀는 26살 때 존 터브먼과 결혼한 후 농장을 탈출해 필라델피아로 갔다.

다시 돌아와 처음에는 남아있는 가족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노예들의 탈출도 도우며 많은 노예에게 자유를 찾아주었다.

남북전쟁에도 참전해 연합군의 스파이로도 활약했으며, 이후 여성과 흑인 인권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터브먼은 미국 지폐에 여성 모델을 넣자는 계획이 나온 이후 한 여성단체가 투표를 통해 가장 적합한 지폐 모델로 꼽은 인물이기도 하다.

새로 나올 10달러 지폐 뒷면에는 2020년 여성 참정권 보장 100주년을 맞아 여권 운동을 벌인 여성 5인의 초상화가 새로 들어간다.

1달러 동전 모델이기도 한 수전 앤서니(1820∼1906)는 퀘이커교 집안에서 태어나 10대 때부터 일찌감치 노예제 폐지운동 등에 뛰어들었으며 전미 여성참정권협회 회장을 지냈다.

엘리자베스 스탠턴(1815∼1897)과 루크리셔 모트(1793∼1880)은 1848년 미국 최초의 여권 집회인 세니커 폴스(Seneca Falls)를 주도해 독립선언서를 빌린 '소신 선언서'를 채택했다.

1916년 전국여성당을 창당한 앨리스 폴(1885∼1977), 노예 출신으로 1851년 오하이오에서 '나는 여자가 아닌가요?'(Ain't I a Woman?)라는 명연설을 한 소저너 트루스(1797∼1883)도 나란히 10달러 지폐의 뒷면을 장식했다.

이와 함께 5달러 지폐의 뒷면에는 석탄장수의 딸로 태어나 세계적인 콘트랄토가 된 메리언 앤더슨(1902∼1993)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부인이면서 인권 운동가였던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 여사가 새로 들어갔다.

한편 흑인 인권 운동 지도자인 마틴 루터 킹(1929∼1968) 목사도 이들과 함께 5달러 지폐 뒷면에 담기게 된다.

재무부는 2020년까지 이들 지폐 3종의 최종 도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