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의원 60%가 부패·부정선거 등 중범죄 혐의 받아"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공공 은행 자금 전용' 혐의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 의원들 자신도 정작 뇌물수수, 부정 선거 등 온갖 추문의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보도 등에 따르면 탄핵 위기에 내몰린 호세프 대통령은 적어도 부정하게 자신의 배를 불리지는 않았다는 변명을 할 수 있는 입장이다.

비록 집권당이 부패 추문에 휘말렸지만 호세프 대통령이 당면한 정식 탄핵 사유는 예산 차이를 메우느라 거대 공공 은행들의 자금을 끌어 쓰는 바람에 브라질 경제신뢰도를 손상했다는 혐의다.

이에 비해 탄핵 주도 세력은 개인 부패 등 갖은 스캔들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물을 뒤집어쓴 상태'라는 것이다.

반부패 단체인 '브라질 투명성기구'에 따르면 지난 주말 호세프의 탄핵안을 통과시킨 브라질 하원 의원 594명의 60%가 각종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핏대를 세우며 탄핵을 외친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수뢰, 부정선거, 인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어 브라질 지도층의 위선에 대한 국가적 논쟁을 야기했다.

이 중 파울루 마우루프(84) 의원은 전직 상파울루 시장으로 1천160만 달러(약 131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돼있다.

말루프 의원은 워낙 자신의 수뢰 스캔들로 악명 높아 지역구에서 '일 잘하는 도둑놈'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지만 이번 탄핵 정국에서 '브라질의 부패에 신물이 나 탄핵을 지지한다'고 태연히 말했다.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은 4천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연방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자신의 트위터 글에 성경 구절을 자주 인용하는 쿠냐 의장은 대형교회를 통해 돈세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상원에서 탄핵 심판이 본격 진행될 때부터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은 불법 에탄올 조달사건에 연루돼 있다.

역시 권력 승계 우선순위에 있는 헤난 칼례이로스 상원의장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를 둘러싼 스캔들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칼례이로스 상원의장은 조세포탈에다 로비스트가 자기 혼외 딸 뒷바라지에 돈을 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 인기 우파 정치인으로 차기 대선 출마를 노리는 자이르 볼소나로 의원은 하원에서 탄핵 찬성표를 던지며 과거 군부 독재 당시 좌파 게릴라 활동을 하다 투옥된 호세프 등 여성 정치범들을 고문한 것으로 악명높은 군부 인사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브라질 국민은 현 탄핵 정국에 대해 해묵은 부패를 축출하기 보다 뒤가 구린 의원들에 의한 권력 수평 이동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